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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은 않은 잡담
남편이 대사
희생과 수행의 삶
by
소울민트
Sep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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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대사'라고 했어. 나에게도, 수업 온 사람들에게도.
평생을 공무원 배우자로서 스스로 조심하고 단속하며 살아온 노곤함. 이 그득한데도 본인은 '집에서 놀지만..'이라고 했어.
허구한 날 사람들 불러다 밥 해주고, 파티 열고, 한복 입고 환하게 웃어야만 했는데
힘들어도 내색 않고 품위 지키고, 스트레스로 병 얻고 요리하다 허리 망가지기까지. 온 젊음 다 바쳤으면서도. 본인은 집에서 놀았대.
그럼 왜 낮은 언덕길 오르면서도 '기운 없다' 하는 건데요? 그럼 왜 당신이 이렇게 노쇠해진 건데요?!!
'남편이 대사'라는 깃발을 붙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어.
그녀가 최선을 다한 삶은 그래봐야 '집에서 노는'이었고, 누군가의 그림자 보조 출연이 어쩌면 그녀가 온 생을 바쳐 이룬 전부였으니.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감히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되묻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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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그만두고 나 자신으로 살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꾸밈을 멈추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자. 그걸로 충분하다. 당신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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