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
타이퍼(typer)가 내 옆자리로 왔다. 저 멀리서 따닥따닥 소리 내는 것도 거슬렸는데 하필 왜 옆에 꼭 붙어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 꽂았다. 나 좀 착하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그 성가신 소리는 가시지 않고 띠딕띠딕 지속적으로 귓가를 두들겼다. 낮은 음량은 좀 전과는 다른 종류의, 세미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이었다. 대체 뭘 두들기는 거야 슬쩍 곁눈질하다가
과감히 반대편 내가 결코 앉지 않는 벽면 자리로 옮겼다. 완전히 새로운 각도와 시야가 열렸다. 낯선 공간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신선했다. 모기 내지 파리 소리에 필적하는 소음은 사라졌고 난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곧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되었지만. 나 한 번 앉으면 좀처럼 일어서지 않는, 꽤 둔중한 사람인데 빤한 공간에서 촐싹대며 움직였다. 같은 장소에서 새로움을 발견했다. 결국 타이퍼 덕분에. 타이퍼가 오늘의 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