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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치리 Aug 31. 2021

상상도 못한 임신 증상 1위는?


절대 상상도 못한 임신 증상@_@



입덧, 배 튼살, 겨드랑이 착색, 허리통증, 피부트러블. 


임신 전 내가 알고 있던 임신 증상은 이 정도였다. '겨드랑이 착색'이나 '피부트러블'도 비교적 최근에야 웹툰 '아기 낳는 만화'를 보고 알게 된 거다. (그때 만화를 끝까지 다 봤으면 더 많은 임신 증상을 미리 알 수 있었을 텐데..) 


임신하고 맘카페를 들락거리며 임신 증상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는데, 쭉 적어보면 


입덧, 배 튼살, 겨드랑이 착색, 허리통증, 피부트러블, 임신선, 난청, 우울증, 가슴통증, 유두 착색, 유륜 확대, 배에 나는 거뭇한 털, 배꼽 튀어나옴, 목에 올라오는 쥐젖, 목 피부 착색, 허벅지 튼살, 엉덩이 튼살, 가슴 튼살,  발목통증, 손목통증, 다리에 쥐나는 것, 온몸에 붓기, 역류성 식도염, 변비, 소화 불량, 불면증, 오줌 지리는 일, 질염, 잇몸질환, 건망증, 골반 통증, 환도선다, 소양증, 호흡 곤란, 빈혈, 임신성 당뇨, 임신 중독증... 


이 중 몇 가지만 겪는 사람도 있고, 굉장히 많은 증상을 임신 기간 내내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조산 위험이라도 있다면 몇 주씩 누워 있으라는 처방을 받기도 한다. 일명 '눕눕' 처방. 


가슴에 생기는 빅파이 두 개(쿨럭)

 


내 경우엔 5주부터 10주 무렵까지 우울감이 좀 있었고, 

8주부터 12주 무렵까지 약 한 달간 입덧을 했고(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삼겹살 굽는 냄새에 토했던 일이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육고기를 먹지 못하고, 쓰던 치약 냄새가 역해 치약을 바꾸기도 했다),

임신 초기부터 서서히 가슴이 커지면서 유륜도 커졌다(맘카페에서 이야기하는 '빅파이'까진 아니다).


15주가 지나갈 무렵 배가 슬슬 불러오면서 임신선이 뚜렷해졌고, 

20주쯤 왼쪽 귀가 종종 잘 안 들리는 증상이 시작됐고, 

임신 중기 땐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해야했고,  

임신 초기부터 변비 슬슬 심해지더니 임신 후기엔 결국 치핵까지 생기면서 좌욕을 잘못해 질염 발생으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임신 중기 이후 호흡 곤란 증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덕분에 여행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살짝 공황 상태가 되어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릴 뻔 했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30주 이후 새벽에 최소 2번씩 일어나 소변을 봐야하고, 

34주가 넘어가자 드디어 배꼽이 튀어나왔다


이 모든 증상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 상상도 못했던 건 '난청'. 




임신 20주 오후 4시쯤의 사무실이었다. 갑자기 왼쪽 귀가 멍- 했다. 비행기 탈 때처럼. 침을 몇 번이고 삼켜봤지만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 종종 같은 증상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귀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임신 증상일 거란 기대는 거의 없었지만 일단 맘카페에 '귀 멍멍', '귀가 잘 안 들려요'를 검색했다. 세상에.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글이 여러 건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임신하면 혈액이 전에 비해 50% 가량 늘어난다.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임신한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혈장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적혈구 증가량은 적다는 것. 때문에 임산부가 반드시 복용해야 할 영양분으로 '철분'이 손꼽힌다. 철분을 충분히 보완해주지 않으면 빈혈은 기본이고, 몸에 필요한 적혈구가 도달하지 못해 귀가 멍-해지는 증상도 생긴다.


실제로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 공복이 길어질 때 난청 증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러다 뭔가를 먹으면 어느 샌가 괜찮아진다. 결국 오후 3~4시쯤 무조건 간식 타임을 가지면서 난청 증상을 피할 수 있었다. 


난청이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한 증상이었다면, 나를 가장 괴롭게 한 증상은 '변비'다. 임신 전에도 가끔 토끼똥 같은 변을 누는 등 살짝 변비가 있긴 했지만 임신성 변비는 차원이 다르다. 


슬프게도 임신성 변비가 생기는 원인은 늘어난 철분 섭취. 철분을 많이 먹어 장에 철분이 남으면, 배변에 꼭 필요한 장내 수분을 없앤다고 한다. 그렇다고 철분을 적게 먹으면 빈혈과 난청이 심해진다. 


아침마다 당이 적은 플레인 요거트와 부모님이 보내주신 쑥과 현미로 빚은 떡, 사과나 키위 등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을 먹고 끼니마다 생 야채를 가득 쌓아두고 먹었다. 새싹보리 가루도 사서 먹어보고 푸룬도 먹어봤다. 매일 운동도 꾸준히 했다. 


변비와 맞서기 위한 나의 아침 식사



임신 중기까진 이런 노력이 통했다. 하지만 임신 후기, 결국 변기가 피로 물드는 사태가 3번 반복됐고 응꼬에 포도알(치핵)들이 작게 생기기 시작했다. 임신 기간엔 약도 못 쓰니, 맘카페에서 추천하는대로 가정용 좌욕기를 사서 하루에 두 번씩 했다. 꾸준한 좌욕 덕에 치핵은 변 볼 때 생겼다가, 잘 때쯤 사라졌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는데, 


34주차. 무려 1시간 동안 화장실에 앉아 응꼬에 힘을 준 아침이었다. 변이 어찌나 딱딱한지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았다. 거의 울면서 앉아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어섰는데, 이게 뭐야. 응꼬도 응꼬지만 회음부가 너무 많이 부어 서있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산부인과에 바로 갔는데, 이게 뭐야. 검진 직전 속옷이 젖을 만큼 맑은 물이 흘렀다. 응꼬에 힘주다 조산하는 건가 싶어 정말 울고 싶었는데 의사가 보더니 질에 염증이 생긴 탓이라고 한다. 좌욕이 원인일 수 있다며 하지 말라고 한다. 대신 임산부도 먹을 수 있는 변비약(마그밀)을 처방해줬다. 


너무 다행히도 마그밀로 비로소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간 항문외과에서도 임신 중이 아니더라도 딱히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며, 날 위로해줬다. 물론 분만 과정에서 응꼬에 힘이 들어가고, 결국 다시 항문외과를 찾게 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지만. 


40여 개에 이르는(아마 더 많을 것이다) 임신 증상 중 내가 직접 겪은 건 10여 개. 나 정도면 정말 수월하게 임신기를 보내는 편이라 생각한다. 그런 나도 이렇게 웃픈 에피소드가 여럿 생겼던 지난 9개월. 그러니 임신한 몸들은 정도와 상관없이 얼마나 고된지. 게다가 이 고됨은 왜 이렇게도 덜 알려졌나. 


다른 사람이 알아주든 말든, 나만큼은 내 몸의 고됨을 알아줘야지. 아무 것도 없던 자궁에서 한 인간을 키워내느라 정말 고생이 많아. 출산이라는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잘 해내보자. 소중한 내 몸!

 


* 맘카페에 올라오는 특히 임신 초기 무렵 글들 중엔 몸의 각종 증상이 임신 탓인지, 병원에 가봐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묻는 것들이 정말 많다. 나도 귀가 갑자기 안 들릴 때 가장 먼저 맘카페를 찾았었고. 집단지성의 힘으로 위로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몸과 관련해선, 전문의에게 꼭 다시 확인들 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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