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
2026년이 다가왔다.
올해 들어서 가장 일이 많고 시끄러운 시작을 보내고 있다.
잠깐 설명을 해보자면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같은 데스크를 쓰는 사람은 나포함 3명, 그 중에 내 자리는 중간이다. 내 왼쪽에는 병원의 터줏대감 15년 경력의 선배가 자리하고 있고 내 오른쪽에는 가장 햇병아리인 2개월 신입이 자리하고 있다. 그 말은 즉, 가장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울보 담당을 했던 햇병아리는 2개월의 벽을 깨지 못하고 위경련 응급실행을 끝으로 민폐 퇴사를 했다.
15년차 선배는 퇴사를 막는 병원의 1달 휴가 제안을 받아 들였고 덕분에 내 왼쪽 오른쪽은 그들을 대신해서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왼쪽 진료과 원장님의 흉악한 성격(까칠함과 산모들의 아이돌로 웨이팅 기본 2시간)때문에 매일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은 힘들어했다. 오른쪽 진료과는 비교적 무던한 성격의 원장님이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담당 진료과가 아니다보니 다들 귀찮아하고 좋아하지는 않는 건 똑같았다.
그래서 매일 나는 내 왼쪽 오른쪽의 교차로 나오는 한숨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받고 이겨 내야했다. 뼛속까지 내향형 인간이다 보니 나는 힘들어도 내색하는 방법을 몰라서 속은 곪아가고 있는데, 매일 바뀌는 양 옆의 사람들에게 맞춰 8시간을 견뎌내야 하다 보니 죽을 맛이었다. 유명한 에너지 뱀파이어 유형의 직원들과 하루를 함께 하는 날이면 나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씻을 힘도 없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앓아 누워야했다.
내 에너지는 점점 소모되어서 기력을 잃어서 에너지 창고는 바닥을 보이게 되었다.
에너지 뱀파이어 인간들은 반성하고 그만 좀 에너지를 뺏어갔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나는 새로운 신입 교육까지 떠맡게 되었다.
매일 왼쪽 오른쪽 사람들이 누가 올지 힘겨워 하고 있는데 새로운 신입까지 오다니 이런 경우가 설상가상인 경우였다. 내가 일하는 모습 전부를 본보기로 보여줘야 했고, 모든 일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줘야 해서 말도 많이 하고 에너지도 많이 쓰게 되었다.
매일이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고,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싫어하는 건 분명해지는데 좋아하는 걸 마음껏 표현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점점 잊어버리게 되었다.
스트레스는 최대치를 찍고 있고 아침마다 명치 끝이 답답해서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일어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혀끝부터 아려 오는 자극적인 마라샹궈와 맥주 한잔을 해볼까?
좋아하는 영화를 볼까? 달달한 디저트를 먹어볼까? 친구를 만나서 실컷 수다를 떨어볼까?
그 당시에는 즐거웠지만 지나고 보면 뭔가 허무하고 기가 더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고 스트레스가 풀릴까?
방법을 찾는 와중에도 나는 기력이 떨어져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싶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누워 있으면 걷잡을 수 없이 바닥으로 꺼질 것만 같았다.
적색 신호등이 켜져서 sos를 외치고 있었고, 나는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야 했다.
급하게 하루 연차를 내고 미뤄뒀던 병원 진료들을 오전 일찍 끝마쳤다. 그리고 예전부터 가고 싶어서 저장해뒀던 북 카페로 향했다. 북 카페로 향하기 전에 근처에 자주 가던 바게트 집을 들러서 잠봉뵈르를 잽싸게 포장했다. 그리고 마치 겨울잠을 자러 가는 심정으로 북 카페로 향했다. 시간은 오전 11시쯤 되었고 손님은 한 명 뿐이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1인용 소파와 테이블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따뜻한 담요와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셋을 집어들고 가장 포근해 보이는 소파로 향했다.
벨벳 소재의 1인용 소파는 매우 아담했지만 푹신했고, 앉는 순간 내 몸을 편안하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서 금방이라도 잠이 스르륵 올 것만 같았다. 파워 계획형 인간이지만 오늘 만큼은 별다른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데로 움직이고 싶었다. 비치되어 있는 책들을 쭉 보다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 2권을 골라서 안락한 소파로 향했다.
주문해뒀던 따뜻한 밀크티가 나왔고 포장한 잠봉뵈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고 나만의 안온한 쉼터처럼 느껴졌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적정 온도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편안하게 앉아서 쉬면서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하면서 들리던 사람들의 한숨과 불평들의 소음에 벗어나서,
조용한 이 공간이 마치 나에게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토닥여주었다'
편안한 공간에서 나는 독서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동안 지나치게 소모되어 방전되어버린 내 에너지 창고가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 하고 내 감정들이 편안하게 움직여지니, 책의 감동이 더 배로 진하게 전해졌다.
나 책 읽는 거 정말 좋아하는 구나, 감동이 전해지는 이 순간들 때문에 더 내면을 집중하게 되는구나,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되어서 뿌듯했다. 오전에 입장했던 북 카페에서 나는 해가 질 때까지 편안하게 마음껏 즐기다가 나왔다.
마치 아주 길었던 겨울잠을 푹 자고 나온 것처럼 너무 개운한 하루를 보냈고
드디어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취향은 짙어지고 뾰족해져간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점점 내 흘러가는 시간들이 귀하게 느껴지고 오늘 하루 밖에 없는 지금 이 순간을 허투로 보내고 싶지가 않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생활할 수밖에 없지만,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뼛속까지 내향형 인간의 에너지 올리기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 될 예정이다.
고단했던 겨울잠 극복 방법을 알아냈으니,
다음에는 또 어떤 소소한 나만의 취향이 나올지 계속 탐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