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편하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인류는 늘 그래 왔기 때문이죠.
며칠 전 AI의 명(明)과 암(暗)에 대한 글을 썼다.
요는, 나부터 업무에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생산성은 더 높아질 거라는 것.
그리고 상처받지 않는 대상과 일하며 서로의 감정까지 염려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잘 된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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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했지, 한 사람의 몫이 줄어드는 거라곤 하지 않았다.
아니 효율이라는 것은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 아니야? 라고 질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을 할 때 무식하게 찾아다니며 해결해야 했다.
자료를 찾고, 사람에게 묻고, 책을 뒤지고, 몇 시간을 들여 겨우 하나의 정보를 얻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AI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
특히 리서치는 AI가 훨씬 빠르고 잘한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내가 얼마나 좋은 질문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질문도 뭘 좀 알아야 하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슨 질문을 하고 무슨 지시를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알아서 해봐' 두루뭉술하게 지시하는 상사와 정확한 가이드를 주는 상사는 엄연히 다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깊게 생각하고, 똑 부러지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를 잘 부리려면 내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저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지시한 인간의 눈높이만큼 훌륭하냐는 것인데,
자료의 신뢰도 수준을 검토해야 하고, 거짓 정보가 아닌지 또 한 번 검토해야 하고,
구조를 봐야 하고, 맥락까지 맞춰야 하는 등 할 일은 더 늘었다.
(그럼 안 쓰면 되지 않냐고요? 생산성과 신뢰성은 다른 문제잖아요...)
심지어 학습량이 늘어난 AI는 예전에 두 개의 답을 내놨다면, 지금은 백 개의 답을 내놓는다.
예전엔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 백 개 중 하나를 고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인간은 더 피로해진다.
옳은 답을 가릴 만한 직관과 안목 등 또 한 번 똑똑해져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게다가 벌써 AI가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느끼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답을 내놓기도 한다고 한다.
답 뒤에 또 다른 답을 숨겨두는 것처럼. 이쯤 되면 감정을 공유하는 날도 멀지 않았겠구나 싶다.
사실 이건 이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인류는 늘 '이제 일이 줄겠구나, 삶이 더 나아지겠구나' 기대했다.
하지만 모든 풍요가 편하지만은 않았다. 반드시 따르는 대가가 있었다.
그리고 일자리가 줄어들지만도 않았다.
1. 농업 혁명
사냥, 채집, 이동만 하던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업이 시작되자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토지 개간, 씨앗 보관과 파종, 잡초 관리, 곡물 저장 등
한 자리에 정착하며 살기 시작한 인류의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더 많은 노동이 필요했다.
때문에 따라온 건 굽은 허리, 관절염, 디스크 탈출증, 그리고 전염병 등
= 더 나은 삶 추구 + 새로운 일자리 증가 + 리스크도 증가
2. 산업 혁명
그럼에도 인류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를 버리지 못했다. 기술이 등장했다.
그리고 동시에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꼈다.
18세기 산업혁명 때 방직공들은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공장을 부쉈다.
바로 러다이트 운동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 실제로 어떻게 됐을까.
기계 등장 이전에는 수공 직조공들이 주로 일을 하고 있었다면,
공장 노동자, 기계 엔지니어, 철도 기술자, 그리고 회계사, 관리자, 등 산업 전체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자원과 에너지 소비, 오염 물질 배출 등이 급증하면서 환경 파괴를 가속화했다.
= 더 나은 삶 추구 + 새로운 일자리 증가 + 리스크도 증가
3. 자동차의 등장
인류는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어졌다.
마차에 의존하던 때에는 이동 속도와 거리 모두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에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이동 수단의 개선에 그치지 않았고, 또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대거 등장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설계 엔지니어, 정비 기술자, 도로 건설업 종사자, 주유소, 보험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거대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교통사고라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냈고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문제도 등장했다.
= 더 나은 삶 추구 + 새로운 일자리 증가 + 리스크도 증가
4. 인터넷 시대
인류는 이제 '연결'되기를 원했다.
더 빠르게 정보를 찾고, 더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하고, 지식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싶다는 기대였다.
실제로 인터넷은 그 기대를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메일 한 통으로 대륙을 넘는 소통이 가능해졌고, 검색 한 번으로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은 기존의 일을 사라지게 했고, 단순 노동자는 점점 필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등의 등장은 물론
더 나아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류, 결제, 광고 등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정보가 우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범죄, 개인정보 유출,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등 편리함과 함께 짊어져야 할 것도 많아졌다.
= 더 나은 삶 추구 + 새로운 일자리 증가 + 리스크도 증가
고로 기술은 인간을 쉬게 하지 않는다.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일을 요구한다.
우선 모두가 우려하는 일자리 문제는 내가 확답할 순 없지만, 또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가 전망한 바에 따르면, 자동화로 약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결과적으로는 72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더 편해질지 모르겠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물질적 풍요, 생활 수준의 향상 등 지표는 개선되었지만,
과연 모두가 공평하게 행복하기만 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늘어난 걸 보면 결코 비례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실 나는 여전히 질문하는 능력, 선택하는 안목, 판단하는 혜안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인데
이 마저도 에이전트 AI가 다 해내기 시작한다면 이제 인간은 퇴화할 일만 남은 걸까?
편리함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만 좇다가 인간은 바보가 되고, 지배당하는 날이 정말 오는 건 아닐까?
이 모든 게 AI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그린 큰 그림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