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댁으로 살아 본 1년의 시간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by 한량 특파원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이 온다.

내 취향을 기준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해서 선택하는 일은 정말 쉽지만

챙겨야 할 것이 많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 많은 타이밍에 오로지 내가 원하는 것만을 기준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솔직히 힘이 든다. 말 그대로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생각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어릴 때는 단순하고 담백해서 이 길이 니 길이다, 혹은 이게 너랑 잘 맞아, 라는 말을 들으면 고민 없이 실행에 잘 옮겼다. 그리고 실제로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쉽게 배우고 적응하는 성격 덕분에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들고 사회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과정이 물론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면백수에 부끄럽지 않은 정도는 됐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몇 년간 보아하니 이 길도 내 인생의 최소한을 보장해주는 보험의 성격이 강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모든 직업이 실상 그러하다. 모든 요건을 다 만족시켜주는 직업은 없다는 것도 안다. 이러다 보니 고민이 많아졌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게 아니면 간접경험으로라도 누군가의 '말'을 들어보기 위해 평소 안 보고 안 듣던 유튜브까지도 열심히 보게 되었다.


원래 성격이 분석하고 관찰하길 좋아한다. 그냥 그게 디폴트라 때로는 그게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캐치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분석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 인간인가?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은 무엇인가? 설사 장애가 오고 시련이 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매달릴 만한 일은 무엇인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됐다.


보스턴에 혼자 놓인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것.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살림도 3개월 정도 열심히 하니까 어느 정도 하게 됐고, 흔히들 그렇듯이 전업주부의 생활 만으로는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에 지루하더라. 한국에서라면 재밌는 일들로 시간을 채우기가 쉬웠겠지만 타향살이는 누구나 예측 가능하듯이 재미없고 지난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 이 글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기 전 보스턴에서 2년 째에 접어들던 어느 날 작성했던 글이니, 코로나가 터지기도 전의 이야기이다. 지금 읽어보니 참 생각이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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