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량 특파원 Nov 29. 2021

미국에서 집 사기 2

House hunting in San Francisco

본격적인 House Hunt


어떤 종류의 집을 살 것인지 정했다면, 여기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 탐색에 들어간다. 한국은 어느 정도 인기지역이 정해져 있는데다 보통은 생활의 편의성, 동네 이미지 등을 기준으로 본인에게 적합한 순위를 정하기가 쉽지만(물론 당연히 예산을 전제하고)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많은 편이다. 유의해야할 점은, 미국인들은 넓은 지역을 이동하는 데 대체로 익숙해서 한국에서의 직주근접을 생각해서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일반적으로 좋은 거주지라고 생각되는 동네와는 조금 동떨어진 곳을 잘못 선택하게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이 단순하게 생활 편의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외부인을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오가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많은 경우 이를 단점이라 여기고, 역세권이라 직장을 오가기에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곳은 깨끗하게 정비되지 않은 지하철역(미국이 대체로 이렇다)을 수반하기 마련이라 실제로 거리위생이 문제되는 곳이 많아 다들 꺼린다. 


결과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직주거리가 지나치지 않을만큼 멀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주의라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하이웨이를 달려 직장을 오가는 건 꽤 양호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스윗홈이 뒷마당에 수영장이 있고 앞마당에는 잘 가꾼 예쁜 정원이 있으며 옆집을 제외하고는 생활소음도 잘 차단되고 나의 프라이버시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면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남편 직장에서 아주 멀지 않을 것,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을 것(100년 가까이 되는 집들이 많기 때문에 10년에서 30년된 집들은 여기서 새집에 속한다) 외에 일반적인 Hazard 체크리스트로 Flood factor(홍수 발생시 침수여부), Liquidation factor(지진으로 지형이 흐물흐물해지는 위험지수), Landfill(매립지인지 여부인데, Superfund 지역도 비슷하다), Crime factor(성범죄나 중범죄 발생요소) 등등 여러 위험요소들을 걸러 살만한 곳들을 추리고 그 안에서 예산 범위 내로 집을 정해서 살펴봤다. 현실적으로 집을 보다보니, 이 낯선 땅에서 우리 부부가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기준은 지진발생시 얼마나 안전한지 여부임을 알게 되었고, 결국 우리는 홍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동네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이 알게 된 재미있는 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00년 가까이 된 집들은 거의 문화재 취급을 받기 때문에 보수공사를 할 경우 City permit(시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정원에 있는 나무를 벨 때에도 사유지에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이 역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동네 전체의 풍경과 미적 요소, 역사적인 가치를 고려해서 규제를 한다는 점이 쉽게 이해가 가면서도 묘하게 흥미로웠다(한국처럼 모습이 비슷비슷한 아파트를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게 아니라 역사적인 미감이 살아있는 건물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통 이렇게 100년 가까이 된 집들은 천정이 매우 높아서 궁전같은(!) 내부 모습과 아름다운 기둥장식, 계단장식 등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취향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지 이런 오래된 집들의 아름다움에 관한 전용 매거진까지 있다고 알고 있다. 이런 집들을 어떻게 장식하고 꾸밀지 분석하고 기록하는 미국인들의 집중력과 전문성에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아무튼 갈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 이 과정을 거쳐 우리는 우리에게 꼭 맞는 집을 정했고, 계약서를 쓰게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집에 관한 문서는 대부분 Disclosure 문서로 공개가 되어 있고 실제 계약서에 싸인을 할 때 받는 문서도 그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남편의 닦달로 직업정신을 살려 계약서를 열심히 읽어보긴 했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듯이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매도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은 아주 자연스럽게 회피하거나 혹은 해석의 여지를 좁혀서 매도인 측에 유리하게 해놨고, 그 밖에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중재를 거쳐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는 정도가 계약서의 내용에 들어가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한가지 참 편리했던 점은 Docusign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페이지마다 편리하게 전자싸인이 가능했던 것. 

수십장의 페이지에 내 이름을 전자서명하고 나니 "미국에서 집 사기"의 고지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집문서에 싸인을 하기까지 중요한 난관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은행에서 대출받기이다.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에서 집 사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