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단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까, 아니면 취학 전이었을까. 어느 날, 거지 아저씨가 우리 가게에 들어왔다. 나무바가지, 아마도 박을 잘라 만든 바가지였을 것 같다. 그 바가지를 든 아저씨는 정말 남루한 차림새였다. 머리는 곱슬곱슬 떡이 진 채 아무렇게나 길어 있었고, 옷은 원래 색을 가릴 정도의 때가 묻어 회색이었다.
돈을 달라고 했던 건지, 밥을 달라고 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쫓아 버리셨다.
그런데 조금 놀다 와서 다시 보니, 그 아저씨가 우리 가게 난로가에 앉아 식사를 하고 계셨다. 엄마가 모락모락 김이 나는 김치찌개와 밥을 내어 주셨던 것이다. 그 아저씨가 가고 나서 아빠는 엄마에게 위생상 안 좋다고 한마디 하셨지만 크게 화내진 않으셨다. 그때의 나는 그게 무슨 장면인지는 잘 몰랐지만 가슴에서 무언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장면은 평생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엄마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 중 몇 가지는 난로, 김치찌개, 쌀밥, 따뜻함이다.
'엄마, 사랑해요. 저도 엄마처럼 따뜻함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