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또는 패션?
무슬림, 아랍인들을 만나다 보면
남자들도 전통의상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딱 떠오르는 건 여성들이 쓰고 다니는 히잡이다.
물론 히잡에도 얼굴을 가리거나 몸을 다 가리는 것, 또는 무릎 정도까지 오는 종류가 다양하다.
나는 꼭 보자기처럼 쓰고 다니는 히잡이 그래도 가장 보통이지 않나 싶다.
히잡을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성들의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유혹의 의미 없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에도
남성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서로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썼다고 하는데.....
철학적인 이유라는 생각도 든다.
우연히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러고 보면 가톨릭 신자로서 미사를 드릴 때
지금은 덜하지만, 미사보를 쓰는 이유도 다른 듯 비슷하다.
화려한 머리 장신구로만 시선이 가게 되어 비교하지 않도록
신성한 교회 안에서는 그를 가려야 한다는.
그러나 나중에는 이런 의미도 퇴색되어 미사보 자체가 화려해지기도 했다.
.
.
.
햇빛이 워낙 따가운 이집트에 있자니
히잡이 아니라 모자나 예전 유행한 두건을 써야 할 판이었다.
머리카락이 녹는 것 같았기에.
어쩌면 모래바람과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두르던 옷에
종교적인 의미와
여성들에 대한 예전 사고방식이 들어가서
히잡 쓰는 문화가 전통이 된 건 아닐까?
젊은 세대 중 꾸미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은 히잡의 무늬도 상당히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히잡의 색에 맞추어 화장도 하고, 옷도 입는 걸 보고 또 다른 패션 유행도 느낄 수 있었다.
예전 어느 땐가
유럽에서 히잡을 쓰고 수업 듣는 학생에 대해 억압이다 아니다로 전 세계적 논쟁이 붙었던 기억이 난다.
여성을 억압하는 것인지, 혹은 종교적 자유의 표현인지에 대해
나도 늘 조심스럽고 어려운 문제로 느끼기에, 말하기가 참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그들에게 가서,
"나는 안 쓰니까 당장 벗어!"라고 할 수도 없고.
조선 여자들에게 선교사들이 '장옷 같은걸 왜 입냐! 벗어라!'라고 하면 몽둥이찜질을 당했겠지.
남녀 차별에 대해서도 상당히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간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과
경험에서 알게 된 것들,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그곳에서 사는 비 무슬림 사람들의 생활과 어우러진 가치관,
무슬림 여성과 남성들의 기본적인 가치관 등....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
<이건 여자가 좋아하는 것>
<이건 남자가 좋아하는 것>
의 일상 속 구분은 뚜렷한 것 같다.
세대에 따라,
개인 성향에 따라 물론 다르지만.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과 같은 느낌으로.
서로가 이해하게 되면 조금 더 많은 평화가 있을 텐데
아랍어가 사실 진입장벽이기도 하고,
문화 자체가 무슬림 사람들의 종교와 생활의 일치에서 비롯되어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게다가 전 세계는 무슬림 vs. 비무슬림의 체제 전쟁과도 같은 삶이 오래되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내가 중간에서 잘 이야기하고
소통하면
서로 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나의 세계가 넓어지듯
사람들의 세계가
공간뿐 아닌 사유의 세계에서도 넓어지길 바라.
인류는 평화로운 공존을 해야만 할 때인걸....
전쟁은 참 무섭고도 슬픈 일이기 때문에.
오늘도 미사일이 날아다닌다는 소식을 들으니
착잡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