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로에서...

럭셔리 작가와 좋은 엄마사이... 초치기의 삶이 이어진다.

by 권정희

2025년 10월, 연휴가 10일이다.

이 정도면 연휴가 아니라 봄방학 수준의 테러다.

맥가이버 아빠는 연휴건 뭐건 출근모드,

그런 까닭에

작가 엄마는 학교 안 가는 아이들을 위해

삼시 세끼에 두 번의 간식까지

5번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


육아가 우선 글은 나중,

학부모가 된 지금 역시도

아이들의 스케줄이 우선, 글은 나중,

그 자세로 삶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시간에 대한 강박은 일상,

빽빽하게 채워진 일상의 스케줄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느 날 문득,

공모 당선의 시작점이 빨랐던 나보다

일 년 늦은 누군가가

드라마 2편을 연이어 방송하는 걸 보고 자괴감을 느꼈다.

물론, 그전에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했지만,

공모 당선을 넘어서서 다음 스텝을 밟을 때까지

또 다른 고비가 이리도 길게

내 발목을 잡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드라마를 쓰겠다며 보내온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함께했던 누군가는 데뷔해 유명한 작가가 됐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지망생이고,

(그래서 늘 나와 똑같은 고민과 한탄을

되풀이하고는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의례껏 말하는 -고급 시청자로 남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잘나가는 논술 선생님이 됐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돈 잘버는 웹소설 작가가 됐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 시장이 좋을때는 좋은데로 안되고,

드라마 시장이 힘들때는 힘든데로 안되고,

그렇게 드라마에 미련을 못 버리고

오랜 시간을 이리도 목 메고 있는

여전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 중이다.


그러다 또 문득 든 생각이

내가 만약,

결혼 대신, 육아 대신

글에만 집중하고 매진했더라면

그 목매고 쉬임 없이 달려왔던 드라마를

내 이름을 달고 할 수 있었을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리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당선에 계약에 또 다른 계약에

쉬임 없이 글을 써도

내게는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남편을 향해 투덜거렸다.

- 뭐가 이렇게 힘드니? 방송 한 번 하는 일이.

- 애 키우는 게 쉬운 일이야?

당신에게 글 쓸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방송이 문제야? 작품상도 받았을걸.

남편 나름의 위로였지만,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커가고, 나이는 먹어가고,

내게 남겨진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도 나는 - 다 가진 자라는 생각으로,

남편도, 아이도, 글도, 다 가진 자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작품 속 주인공들을 멋지게 잘 키워가는 것처럼

현실 속

내 인생의 주인공인 아이들도 잘 키워가야지 하는

다짐 또한 해 본다.


그렇게 오늘도 엄마는 동분서주다.

청소도 해야 하고, 공부도 시켜야 하고,

밥도 줘야 하고, 빨래도 개야 하고,

그리다 만 인스타 툰도 마무리해야 하고,

머릿속을 마구마구 떠 다니고 있는 스토리를

끄집어 내어 세 번째 종이책 작업도 시작해야 하고,

공모든 제작사든, 들이밀 드라마 대본도 끄적여 봐야 하고,


1분 1초도 당연한 건 없다는 손흥민의 말을 되새기며,

내일은 또다시 열심히 살아 봐야겠다. 써 봐야겠다.

그래, 럭셔리 작가 엄마 이 순간, 이 현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