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감독님(제빵왕 김탁구)의 인상적인 코멘트
사람의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
이정섭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이선동 클린센터'가 스토리공모대전에 당선이 되고 난 후였다.
"감독님께서 작가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제작사 기획 피디님의 연락을 받게 됐고, 그렇게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다.
눈이 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날 좋은 어느 날의 오후
감독님을 만나러 드라마 제작사로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감독님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었다.
'이선동 클린센터'를 드라마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감독님의 의견에 따라
제작사와 계약을 하게 됐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홀연히 제작사를 떠나시고,
이런저런 이유로 부유하던 이선동은 드라마 제작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나는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만 추억하는 관계다.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작가와 감독과의 관계가 원수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정설이...)
'데스앤라이프걸'을 출간한 후
사인과 함께 감독님께 책을 보냈다.
이선동의 열렬한 펜으로 내 작품은 설렘으로 읽겠다는 감독님의 답장은
감독님을 만나러 가던 날의 내리쬐는 햇살처럼 온기로 다가왔다.
이후 감독님은 '데스앤라이프걸'에 대한 코멘트를
감독님의 블로그에 올려 주셨다.
담백하고 담담한 블로그의 글은
역시 감독!
역시 역작을 만들어 낸 거스를 수 없는 명감독의 코멘 트였달까?
감독님이 남긴 글은
내가 기획했던 작품의 의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꿰뚫고 있었다.
이런 벅찬 감동이라니!
이렇게까지 내 의도를 파악해 주다니!
그날 이후, 나는 종종 감독님의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내려갔다.
행간마다 놓여있는 감독님의 시선은 단순히 '잘 읽었다'는 감상을 넘어,
내가 외롭게 써 내려갔던 고뇌의 시간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정작 자신의 진심이 온전히 가 닿았음을 확인받는 순간은 기적에 가깝다.
그 기적이 햇살처럼 나를 비추고 있었다.
이선동이 드라마가 되지 못하고 부유하던 시간 동안,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의 블로그 글은 그 빈자리를 따뜻한 격려로 채워주었다.
"작가는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영상이 그려지는 소설을 써놨다...
소설을 읽는데 영화를 혹은 잔혹한 OTT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이건 그냥 봐야 한다.
이 소설은 읽는 게 아니라 시청하는 거다. "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
비록 함께 드라마라는 결과물을 빚어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이야기'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7년 전, 감독님을 뵈러 가던 길에 느꼈던 그 설렘은 이제 확신으로 변했다.
비록 당장의 햇살이 구름에 가려질지라도,
진심을 다해 쓴 글은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속에 가 닿아 선명한 궤적을 남긴다는 것을.
나는 이제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감독님이 알아봐 준 나의 '의도'와 '진심'을 동력 삼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온기가 될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한다.
언젠가 다시 감독님과 마주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눌 그날을 기다리며,
나의 문장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