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Idol - 중

20XX. 05. 12.

by 루이덴



전시장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근처에 있어서 걸음을 옮겼다. 버스 도착까진 시간이 좀 있어서, 이어폰을 꺼내 노래를 들으며 정류장에 앉아 기다렸다. 5월 중순이지만 벌써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는 텁텁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을 쬐며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이 기분, 이 여유가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 바뀌는 신호와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옮겨 다니던 나의 시선이 건너편의 SPA 브랜드 건물에 크게 걸려있는 현수막에 멈췄다. 시원한 색감의 트레이닝복 세트를 입고 윙크를 한 채 편하게 앉아있는 윤우현이 있었다. 저 브랜드의 모델도 하고 있구나…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버스가 시야에 들어왔고, 번호를 확인한 뒤 황급히 탑승했다. 스의 옆면에도 학생들을 위한 공부 플랫폼 광고를 하는 그의 얼굴이 있었음을 뒤늦게 인지했다.


미술관에 도착해서 전시 예약 내역을 확인받고 바로 입장했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운 좋네라고 생각하며.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미술관과 전시 관계자 분들이 일반 관람객 분들은 이쪽입니다, 티켓 확인 이쪽으로 와주세요, 큰 목소리로 안내하며 질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행사 같은 게 겹쳤나? 생각하며 안내를 따라 입장했다. 전시는 생각보다 규모가 좀 있었으며 사람들도 꽤 많았다. 평일 낮에 다들 어디서 온 걸까. 모두들 나처럼 퇴사한 것일까. 연차 거나 휴무인 사장님들일 수 도 있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순차대로 작품들을 관람했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색감 배치와 활용도가 몹시 높아 신예임에도 현재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과연 작품 하나하나 이런 색 조합을 쓴다고? 싶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지 않은 걸 살짝 후회했다가 재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기억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다음 전시장으로 옮겼다. 신예 작가답지 않게 작품 수가 꽤 많았던 지라 전시장은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고 한 공간당 최소 여섯 점은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 사이를 유영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 되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다. 사진 촬영은 금지된 전시였기 때문에 아쉬웠지만 노트를 꺼내 마음에 드는 작품들의 작품명과 사용한 기법 제작 연도 등을 기록하였다. 언젠가 내가 인테리어를 담당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공간에 어울리고 의뢰인의 취향에 맞다면, 이 작가의 작품을 꼭 한 번쯤 제안해보고 싶었는데... 언젠가 내 공간에 둘 수 있을까. 이동 방향에 맞춰 꼼꼼히 관람한 뒤 기념품 샵으로 나왔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엽서는 찾지 못해 다른 또 마음에 들었던 엽서들 몇 장과 마스킹테이프를 골라 집었다. 계산을 하고 샵을 나와 전시 홍보 포스터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정문 쪽으로 움직였다.


입장 시의 혼란을 보여주듯 넓은 로비 중앙부에 길게 이어 붙인 테이블들과 종이 꽃잎 같은 게 바닥에 마구 흩뿌려져 있었다. 전시 포스터 사진을 찍으며 시선을 돌려보니, 또 그가 있었다. [Woo-d You Like To? 3rd Party]라는 행사의 제목과 함께 하얀 턱시도를 입고 손을 내밀고 있는 윤우현의 사진이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 꽃잎 한 장을 집어 들어보니 앞면엔 '윤우현 3번째 솔로 콘서트'라고 쓰여있고 뒤집어 본 뒷면엔 큐알 코드가 있었다. 콘서트 관련하여 뭔가 홍보 행사가 있었나 보구나. 새삼, 카페에서 미술관까지 동선이 같았다는 생각에 또 신기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기 위해 준비를 한 뒤, 유튜브를 틀었다. 뭘 볼지 하염없이 넘어가는 스크롤 끝에 숏츠 하나가 걸렸다. 윤우현 콘서트 티켓팅을 성공한 팬의 영상이었다. 그 팬이 그동안 모은 앨범들, 화보집들, 굿즈들을 늘어트려놓고 성공에 감사하며 난리굿을 피고 있는 짧은 영상이 끝나자 전시 전 카페 앞에서 나에게 다가왔던 그가 다시 떠올랐다.


매니저 분이 오시기 전에 하려던 말은 뭐였을까.


미술관 로비에서 주워온 종이 꽃잎을 괜히 만지작 거리다가 떨쳐내듯 고개를 젓고 차려놓은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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