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Idol - 하

20XX. 05. 20

by 루이덴



우연히 방문한 카페에서 윤우현을 마주친 날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알람도 맞추지 않고 눈 떠질 때 기상하고 집 근처 카페에서 야채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와 개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인 아침의 여유를 즐기며 책도 읽고, 채용공고들을 훑어보는 루틴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 중 입사하면서 들어둔 3년 적금이 만기 되면서 여윳돈이 생겼다. 적금 만기 알람과 달력을 번갈아 보다가 문득, 이런 여유 시간이 생긴 것도 오랜만인데 여행을 좀 다녀와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가까운 일본부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노르웨이까지 구글 맵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어디를 얼마동안 다녀오면 좋을지 곰곰이 계산해 보았다. 아무래도 제일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는 건 아시아권이라는 생각에 여러 나라들의 여행기를 찾아보다가 이번 달 내내 진행한다는 가구 박람회가 눈에 들어왔다. 진행 중인 곳은 싱가포르. 싱가포르라... 5월이면 건기일까 우기일까, 날씨가 어떨지 고민되어 일단 박람회 정보만 체크해 두고 좀 더 알아봐야겠다 싶어 해당 내용을 내 자신에게 공유하고 몇 개의 블로그들을 좀 더 탐방한 뒤 핸드폰을 껐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카페로 들어오고 있었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새 벌써 오후 12시 45분이 되어 있었다. 점심 먹고 식 후 커피 사러 오는 직장인들인가 보다 생각하며 내 점심 루틴은 어땠더라,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불과 일주일 전에 나도 저들과 같았는데 사람의 기억력은 어찌나 간사한지 그 생활이 아득한 전생만 같았다. 사람이 많아지면 자리를 비켜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자리 잡은 여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대리님 티켓팅 성공하셨다면서요!? 나 진짜 너무 부러워!"


"내가 진짜 동생에 친구에 사촌 팔촌 다 끌어모아서 부탁하고 PC방까지 가서 참전했다니까요~! 이선좌 뜰까 봐 어찌나 심장 쫄리던지! 예매 확인 되자마자 진짜 소리 지를 뻔한 거 겨우 참고 바로 입금했잖아요! 카드 결제 선택한 사람들은 아마 다 튕겼을걸요."


이번 앨범 포카도 귀엽다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낸 대리라고 불린 여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복슬복슬한 재질의 프레임에 윤우현의 사진이 꽂혀있었고, 그 외에도 아크릴 프레임의 윤우현, 에폭시 프레임의 윤우현 등... 가지고 있는 포토카드를 전부 챙겨 나온 것 만 같았다. 옆에서 같이 신나 하는 또 다른 여자는 포토카드들을 구경하며 어! 이거 반포자이잖아요! 대리님 진짜 대박이다! 같은 추임새를 끊임없이 외쳤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윤우현이라는 이름을 치니 제일 위에 파란 딱지가 붙은 계정이 떴다. 146개의 게시물밖에 올라와있지 않는 계정의 팔로워 수는 3천만 명이 넘었다. 가장 최근 피드를 누르니 좋아요 수 가 백만이 넘어있었고 덧글 수 도 수만 개였다. 뭔가... 참 엄청나네, 싶었다. 사실 윤우현을 마주쳤던 그날 이후로 괜히 혼자 뒤숭숭해진 마음에 노래들과 방송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평소엔 관심도 없더니 도대체 왜 이러냐며 스스로를 타박하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유튜브, 네이버 등에 검색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들 몇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항공사 기장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제복 입은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또 모태신앙으로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성당은 잘 나가지 않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 전 성경 한 구절 읽는 습관이 있다고. 연예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 당시 또래보다 훤칠하게 큰 키에 작은 얼굴, 나이보다 조금 성숙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사복을 입고 다닐 때 면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들부터 연락처 좀 달라는 여성들이 많았는데, 현재 소속사의 대표님도 - 당시엔 스카우트 매니저셨다고 - 그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연예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본인도 알 정도의 규모인 회사에서 자신을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는 게 신기해서 부모님을 설득해 들어가게 되었다고. 연습생 생활이 3년쯤 되었을 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정말 온 진심을 다해 미션에 임하는 동료 연습생들을 보며 자신도 데뷔에 대한 욕심을 더 단단히 다짐하게 되었다는 인터뷰도 보았다. 최종 데뷔조의 멤버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팬층이 두터워지면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에 캐스팅이 되었다. 방송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매 년 6개의 수록곡들을 중복 없이 채운 앨범을 발매하는 성실함으로 약 6년 만에 지금의 인기까지 얻게 되었다. 그의 연습생 기간을 포함한 약 10년이 되어가는 데뷔 일대기를 불과 일주일 만에 축약 버전의 자서전을 읽은 것처럼 다 알게 되었다. 항공사 기장이 되고 싶었던 이예준은 우연한 기회로 윤우현이 되어 보통의 또래들은 상상도 못 할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박탈감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단 나는 관심받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 그 어디에서도 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에도 말이 길어지는 게 싫어서 응응, 그래 라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길거리 어디에 있어도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고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는 그 순간순간들이 그에겐 행복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유명세이니 그저 감내하는 것일까. 3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 수와 146개라는 게시물 수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윤우현은 이예준에게 그저 또 다른 캐릭터일까 아니면 그가 무의식적으로 바랐던 이상적인 본인의 모습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라 고개를 살짝 젓고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트레이를 반납하고 가방을 챙기러 돌아왔을 때 옆테이블의 여자들의 대화 주제는 어느새 윤우현의 솔로 콘서트에서 내일 있을 바이어 미팅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가 있었다. 결국은 다들 잠깐이고 다시 본인들의 현실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카페를 나와 도서관을 갈지 집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지나치는 버스 정류장에 내가 조금 전 블로그에서 보았던 가구 박람회 포스터와 함께 싱가포르 항공의 광고가 붙어있었다.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언젠가 마주쳤던, 윤우현이 모델인 공부 플랫폼 광고가 붙은 버스였다.


그리고 마침 카카오톡 알람이 와서 확인해 보니, 며칠 전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구매한 윤우현의 신규 앨범 도착 안내였다. 문자와 버스를, 정류장의 여행 광고를 번갈아보며, 카페에서 몇 분 사이에 덕질 얘기에서 일상 얘기로 넘어간 옆테이블 사람들을 생각하며, 집에 가자고 결정했다. 싱가포르 항공권과 숙박, 박람회 티켓 예매 등을 알아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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