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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Aug 15. 2016

다문화 기업에서의 조직관리 III

I. 조직원끼리의 갈등 - 사례 위주 ③

한 조직 내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리더의 핵심 역량이자 가장 힘든 부분이라 할 것이다. 조직원들은 살아온 삶이 다른 만큼 가치관도 다르다. 하지만 조직의 업무를 행함에 있어 회사나 리더가 원하는 최고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위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성공하는 조직이고 이런 조직장은 행복한 리더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엔 조직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이끌게 하기 위한 동력과 리더의 노력이 모두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엔 당사자가 아닌 팀 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모두 S과장이나 L대리보단 보단 직급이 낮았으므로 쉽게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공통된 의견은 S과장의 태도가 너무 고압적이란 점을 단편적으로만 지적했다.

한국에서 조직생활을 오래 한 입장에서 보면 웬만하면 상사의 지시에 따르고, 상사의 스타일에 맞추어 업무를 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유럽인들의 마인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조직이므로 상하관계가 있고 상사의 업무지시를 따르긴 하지만, 자신들이 감내할 수준의 정도를 넘어서면 한국인보단 훨씬 크게 반응을 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또한 중시하는 유럽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최종의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유럽인들이 한국인 상사에 대해 흔히 가지는 불만들이다.

'왜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따라야만 하는 거지?', '도대체 이렇게 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건데?', '왜 이렇게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지', '왜 내 말은 들어주지 않는 거지?' 등등.. 단, 감히 과감히 내비치지 못하는 상사에 대한 생각들이다.

결과를 위해 마지못해 하긴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 이 방식이 뭐가 더 나은지 등' 과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업무지시를 받아 행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의 업무 결과는 질이 낮거나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나의 사례로 돌아가서,

한국적 방식의 극적인 화해를 위해,  저녁자리를 주선하고자 했던 나의 시도는 역시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저녁식사뿐 아니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 대화의 자리마저 L대리가 거부한 것이었다.

한국 상황 같았으면, 상사와의 대화마저 거부하는 이런 L대리를 '조직의 반역자'로 쯤으로 치부하여 처단(?)하는 게,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유럽 조직에선 이런 행동은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에  충분한 어처구니없는 판단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L대리가 내세운 대화 거부의 이유는 S과장의 언변이 뛰어나고 영어를 자기보다 잘 하므로 공개적인 자리(또는 나와 같은 조직장이 중재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접적인 S과장과 공식적인 자리를 피하고자 하는 경향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S과장은 스스로 자기가 직접 만나 이야기해 보겠다고 하는 등 대화를 적극 시도하고자 하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들의 갈등은 (이게 조직 내의 상황이었단 점과 상관없이 보더라도) 회사 내에선 아무리 뛰어난 상사라 하더라도 결코 화해시킬 수 없는 일이었단 것을 나는 지난 7년간의 유럽인과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개인 간에 생긴 유럽 사람 간의 갈등을 회사나 상사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젠 내가 한국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보편적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그들의 생각 속으로 조금이라도 들어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 어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들을 변화시킬게 아니라 내가 변해야 했다.


④편에선 내가 선택한 차선(차가운 선택)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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