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에 있는 또 다른 대륙, 러시아 모스크바

유럽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모스크바

by 준비된 여행

나는 유럽 대륙에 주재원으로 근 10여 년째 살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나 출장으로 유럽 대륙 내에서 안 가본 나라를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안들은 주로 뻬쩨르라고 부름)도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다. 출장과 여행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서도 여타 유럽국가와는 다른 확연한 러시아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유럽의 일부임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4월 부활절 기간 동안의 모스크바 여행은 러시아를 다시 한번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러시아는 주요 종교(모스크바 등 우랄산맥 서쪽 위주로만 본다면)가 개신교와 가톨릭과는 다른 정교회 국가이다. 모스크바를 여행지로 택한 이유도 부활절이 러시아 공식 휴무일이 아닌 이유가 컸다. 보통 부활절 기간 여행의 경우,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믿는 국가는 주요 관광지를 제외하곤 문을 닫는 상점이나 식당들이 많아 여행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유럽 여러나라 종교의 차이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또 다른 그 무엇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20170416_091632.jpg 정교회 국가도 부활절 달걀 장식만은 예외가 아니었다.

일정이나 관광지 소개에 앞서 나의 모스크바에 대한 몇 가지 인상을 나열해 볼까 한다.


1. 모스크바는 거대하다.

- 거대하다. 주요 건물이나 그 부지가 정말 거대하다. 굼백화점, 크레믈, 붉은 광장, 승리 공원, 전승기념관, 황제 대포, 황제 종 등 거대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로마노프 왕조시대나 사회주의 기념과 관련된 것들이 많기도 하겠지만, 터키의 오스만튀르크,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나 프랑스 부르봉 왕가 등의 유물과 비교해도 크기와 그 부유함에서 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170415_133844.jpg 거대한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본관건물, 모스크바 스탈린식 건물 7개중 하나


2. 모스크바에서는 혁명과 전쟁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 모스크바는 많은 전재적인 통치자가 다스렸던 나라였고, 타 유럽 대비 오랫동안 농노제를 유지해왔던 나라였다. 내가 러시아 혁명의 역사를 최근에 공부하고 모스크바를 방문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승리 공원과 전승기념관에서 2시간이 넘는 가이드의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러시아에선 대 조국 전쟁이라고 부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생한 모스크바의 전쟁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러시아 국민들은 로마노프 시대나 지금의 푸틴 시대에도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강한 민족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의 전쟁 이야기는 다시 블로그에 올릴 것이다. 생생한 전승기념관 사진과 함께...


3. 모스크바는 이상하게 우울한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도시이다.

- 모스크바엔 찾아보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마네스크, 바로크, 로코코, 고딕 등 유럽의 흔한 건축양식이 흔하지 않다. 다른 유럽 국가에 흔한 것이 없는 대신, 정교회의 성당 건물이나 거대한 스탈린식 건물 등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유럽적인 고전 건축물들이 부족한 대신 모스크바만의 현대적(?) 독특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 수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서 로마노프 왕조의 전성기를 모스크바를 대신해서 뻬쩨르가 가져간 이유이기도 하겠거니와, (사실 1차 세계대전의 기간 중인 1918에 수도의 함락을 막기 위해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기게 된다.) 스탈린식 사회주의 기간 중 많은 대형 건물이 건축되기도 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공항 가는 기차를 타면서 본 풍경(야산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산업, 가정 쓰레기들)이나, 관광지 이외 지역의 풍경은 서유럽 대도시의 정취와는 달리 우울함을 주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춥고 우울한 날씨도 당연 한 몫한다.

20170415_145812.jpg 모스크바 강가의 거대한 표트르대제 동상, 모스크바 사람들중엔 수도를 옮긴 표트르대제의 동상이 모스크바에 있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가진 사람도 많다고 한다.

4. 그럼에도 모스크바엔 서유럽 못지않은 위대하고 수준 높은 문화가 있다.

- 모스크바에서 만난 푸쉬킨,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모스크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수준 높은 과학기술, 실물을 본 누구나의 기억에 오래오래 간직될 성 바실리 성당과 붉은 광장의 야경, 빅토르 최 추모벽에서 그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러시아인들과 올드 아르바트 거리, 수준 높은 발레 공연을 하는 볼쇼이 극장에선 관광지로서뿐 아니라 문화대국으로서의 러시아와 모스크바를 느낄 수 있다.


20170415_152959.jpg 푸쉬킨과 아내 곤차로바 , 푸쉬킨 부부의 신혼시절 주택 앞
20170415_134116.jpg 러시아 국립대학 내 멘델레예프(원소 주기율표 발견) 흉상
20170415_153605.jpg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블랏 아꾸자바 동상(모스크바 출신의 시인, 가수, 작곡가)과 아이
20170415_154039.jpg 아르바트 거리의 빅토르 최 추모벽


3일에 걸친 유럽이지만 유럽 같지 않은 도시인 모스크바로의 여행기가 이제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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