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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Jan 24. 2018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곳에 가보다.

그리스 올림피아 여행기-코스타 크루즈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 이어지는 그리스 두 번째 항구는 Katakolon이었다. 작고 예쁜 항구도시지만 아무래도 거기서 1시간도 안 걸리는 올림피아에 가는 게 의미가 있다.

단체관광 상품을 선택하지 않아 교통편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구글링으로 항에서 올림피아까지 데려다주는 관광버스 상품(교통편만 이용)이 있어 예약했다. 물론 크루즈 상품(교통편만 제공하는 것도 있음) 보다 훨씬 저렴하다. 크루즈 여행에선 두려움만 없다면, 정보를잘 찾아보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2,260명 승객을 태운 크루즈 배가 정박하면 사람이 모두 돈이 되므로, 승객을 위한 상품이 항구마다 없을 리 없다고 보면 맞다. 즉 선사가 제공하는 단체여행 상품이 아니더라도 교통이나 가이드 등 지역 관광상품이 정박하는 시간에 맞춰 널려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 정박하는 거의 모든 항구에서 배에서 내리는 승객을 유혹하는 호객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렴한(크루즈 상품 보다) 크루즈 승객을 위한 버스를 타고 올림피아에 도착했다. 같은 버스로 다시 배로 돌아가므로 돌아가는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관광객이 별로 많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비를 피하기 위해, 먼저 실내의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올림피아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너무도 좋았던 점은 출토된 유물의 상세 그림을 옆에 그려 놓았다. 이런 방식의 설명은 잘 보이지 않는 유물의 의미도 이해하기 수월했다. 

이번 여행 중 미대 출신인 아내가 가장 고대하던 작품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너무도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던 헤르메스와 아기 디오니소스 대리석상을 보러 가게 된 것이었다. 아내의 자세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높이 2.6m의 이 거대한 석상은 처음 본 순간부터 나를 압도했다. 1877년 헤라 신전에서 발견되었다는 이 대리석상은 아직 원작자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기원전 2세기 프락시 텔레스가 만들었다는 학설이 유력하지만 다른 설도 많다고 한다.

원작자가 누구이건 대부분의 미대생에게 스케치 대상이 된 곱슬머리 헤르메스 석상은 정말 아름답다. 인간 신체를 이렇게 완벽하게 아름답고 훌륭하게 만든 고대인의 예술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곱슬머리 헤르메스

작품 내용은 제우스의 아들이며 전령과 여행의 신인 헤르메스(닐개 달린 모자와 신발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가 아기 디오니소스(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를 니사의 님프에게 보내는 도중의 모습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어린이였을 때라니 재미있다.

이 석상을 긴 시간 꼼꼼히 챙겨 본 것만으로도 올림피아 방문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박물관엔 고대 올림픽에 관한 자료나 투구, 도자기, 헤라클레스 석상 등 다양한 소장품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올림피아는 고대 그리스에서 신탁을 받던 신성한 곳이었다. 4년마다 개최되는 고대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장소로 제우스를 기리는 이 기간 중에는 그리스 내에선 전쟁도 중단되었다고 한다.

올림픽은 전쟁을 중단시키고 평화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 화합의 상징이었다.

원래 올림픽은 운동경기뿐 아니라 시나 음악 등을 포괄하는 문화행사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노력했다. 승자는 자신의 국가에서 진정한 영웅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도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처럼.

고대 올림픽은 이 지방 사람들이 기원전 천년경부터 제우스를 숭배하기 위한 행사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는 5일간 열렸고 고대 로마시대까지도 이어졌다고 한다.


올림피아엔 제우스 신전, 헤라 신전, 펠롭스 신전 등이 있다.

헤라신전

이 신전 중 제우스의 정부인인 결혼생활의 수호신 헤라를 위한 신전은 성화 채화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방문하기 몇 주전에 바로 이곳에서 평창으로 가기 위한 태양 빛이 채화되었다고 생각하니, 한국인으로서 뭔가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고대 경기장은 높이 2.5 m 정도의 아치를 통과하는데 올림픽 당시인 이 문은 오직 심판과 선수만이 통과할 수 있었다. 로마시대 지은 아치를 선수도 아닌 내가 통과했다. 기분이 묘했다. 아치를 통과하자 바닥에 흙과 작은  모래가 깔린 육상경기장이 나타났다. 형상은 작은 규모의 오늘날의 육상경기장 모습이다.

관람석은 경사면으로 돼있고 흙과 잔디가 깔려있다. 심판석도 별도 마련되어 있다.

넓은 텅 빈 고대 경기장을 보고 있자니, 잠시 고대인이 된 듯 상상에 빠져든다.

고대경기장 입구
경기장 들어가는 통로
비 온날 고대 경기장 내부
고대 경기장 항공사진과 설명

발가벗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승자가 되기 위해, 영웅이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던 고대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바로 전에 박물관에서 감상했던 완벽한 신체비율을 자랑하는 헤르메스 석상 같은 고대인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았다. 그들의 경기를 보고 있던 수많은 고대 관중들은 이 선수들이 바로 자신들이 숭배하던 신을 대리한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리스 신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고,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가졌고 인간들과 유사한 사건 사고가 있던 '인간을 닮은 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들의 신은 때론 전지전능하였지만, 지금의 신보단 인간적인 신이 아니었을까?


많은 재밌는 상상을 가져다준 올림피아와 헤르메스 신에게 작별을 고한다. 버스는 다시 카타콜론에 도착했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카타콜론 항구에서 그리스풍 기념품(수가 놓인 하얀 수건)을 사고 배를 다시 탔다.

올림피아 고대 유적지, 비가 제법 내리는 날이었다.

그날 저녁 극장 쇼는 스페인 출신 가수의 공연이었다. 쇼 출연자의 특징은 다개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승객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당연하기도 하다.

언어도 이탈리아어를 시작으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는 항상 사용한다.

쇼도 그렇고 모든 선내 방송도 이 5개 언어로 항상 나온다.

샹송, 깐쏘네, 깐시온, 팝송 등 여러나라 노래를 섭렵한 가창력 대단한 가수의 1시간 반 공연이었다
에디뜨 삐아프의 샹송을 열창하는 스페인 가수

언어별로 도와주는 승무원들도 항상 대기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승무원과 승객으로 구성된 글로벌한 곳이 바로 크루즈이다.


'나는 지구인이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단기간 느끼기엔 크루즈 여행이 최적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여행도 하고 전 세계사람도 만나고 재미있을 수 있다. 첫날 단체관광에서 본 목소리 큰 이탈리아 학생(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은 이후 식당에서 자주 마주쳤다. 그는 항상 자기 또래 다른 승객들과 모여 생일 축하도 하는 등 재미있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 틴에이저 등 또래를 위한 맞춤 이벤트(댄스, 파티 등)가 많아 활달한 아이들에겐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들을 만들 기회도 많이 활용할 수 있다.


우리 가족도 자주 마주치게 된 일본인 가족과 인사도 하고 관광지 정보도 나누곤 하였다.


조금의 활달함과 돈만 있으면 전 세계 사람들과 재미있게 사귈 수 있다는 것은 크루즈 여행만의 장점이다. 보통 일주일 정도 같은 배를 타고 항해를 같이하니, 사람 사귀는 것이 너무 짧거나 지루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그냥 쉬고만 싶다면 선내에 있으면 그만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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