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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7. 2016

새로운 IDEA는 이제 그만!

직원 코칭 - 사례중심

"당신의 생각은 잘 알겠지만, 당분간 새로운 아이디어는 혼자 좀 더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최종 결정권자를 계속해서 설득시키기가 너무 힘듭니다. 이제는 조금만 쉽시다."


내가 가장 신뢰하던 부하직원에게 하는 수 없이 했던 말이다.

너무나도 미안했지만, 나 스스로가 그의 지나친 열정을 따라가기 힘든 지경이 되어 있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도 아닌데, 스스로 (2백만 원도 채 안 되는 IT시스템만 도입하면) 자신의 팀원 1명을 줄여도 팀을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던 직원. 그 당시 그 팀의 팀원은 고작 4명이었다. 유사한 업무를 하는 다른 회사보다 이미 2~3명이 적은 상황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이미 냉철한 경영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직원이었다. 어찌 보면 비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던 직원이기도 했다.  


그는 유럽인이지만 한국인보다 작은 체구에 일본 사무라이 문화를 좋아하던 30대 초반의 젊은 친구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영국에서 8년 동안 식당일부터 시작하여 조그만 이벤트 회사의 중역까지 한 후 고국에 돌아와 헤드헌터로 일하던 친구였다. 

중부 유럽에서 대기업에 지원한 대졸 경력직이면 석사학위자가 대부분이다. 지금 회사의 내 부서원도 모두가 석사이다. 학사인 경우 보통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를 채용했을 당시를 회상해 보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력서로만 보면 고졸이라는 신분에 (영국에서 8년간을 살았으므로 영어를 무척 잘했지만) 그 당시 경쟁자 대비 보잘것 없는 이력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 친구에 대한 평이 너무나 좋지 못했다. 내가 이 사람을 채용하기로 했단 소문을 들은, 다른 한국계 회사에서 이 친구에 대한 전 직장의 나쁜 평을 나에게 전해 주었던 것이다. 나는 기왕 이 친구에게 호감이 있었으므로 투명성과 관련된 문제만 아니면 채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가 전 직장에서 평이 나빴던 이유는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보거나 집중을 하지 않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내가 이 사람을 선택했던 이유는 이력서를 보고 택한 것이 아니었다. 회사와 거래하던 다국적 기업의 담당 헤드헌터로서 처음 알게 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고, 그를 내가 진행하던 면접 등에 참여시켜 본 결과, 훌륭한 인재를 발견했단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두 달 정도 헤드헌터나 조력자로 같이 일하던 중, 그가 나에게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에 대한 나쁜 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나와 같이 일하던 5년내내 나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물론 그의 과감함과 넘치는 창의력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부분에서 뭔가를 놓치는 소소한 결점은 발견되었지만, 이런 약점은 그의 장점에 비하면(특히 그가 받는 급여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나와 뜻을 같이해서 나의 중요한 조력자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개월간은 누구나 그렇듯 한국회사에 대한 적응과정이 필요했고, 어느 정도는 아시아계 글로벌 회사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경험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직원과 달리 너무나 한국적 기업문화를 빨리 받아들였고, 진정한 유럽인이라면 도저히 가지기 힘든 '눈치'라는 것을 스스로 체득해 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영국에서 아시아계 사람과 업무상 많이 접촉하였고, 일본 문화에 심취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다른 사람과는 첫 출발부터 차이가 있었다. (술자리에서 그와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나로 인해 그의 일본에 대한 fantasy가 많이 깨지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업무상 언행에서 묻어 나오는 (직장에서의) 한국적 정서는 다른 한국인 관리자와 최고 경영자를 만족시켰고 남다른 직원으로 대우받는데 한 몫하였다. 나의 상사는 그를 입사한 지 1년 만에 진급시키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나는 그와의 면담을 통해 아직은 때가 아니니 좀 더 기다리자고 했고, 그도 당연히 내 의견을 따랐다.)


무엇보다 나는 그의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오는 여러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회사내 제도나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주었다. 물론 그의 발상이 항상 훌륭한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자세는 남달랐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그와 함께 본인 부서의 업무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하였고, 회사의 비전 등에 대해 고민을 같이 하며 토론을 하였다. 그에게 있어 나는 상사였지만 그의 발상을 현실화 시켜주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또한 가족 간의 교류도 생기게 되어, 좀 더 깊이 있는 인간적 관계로 발전될 수가 있었다. 물론 그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다른 직원들이 시기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의 특기인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도 문제없이 잘 꾸려 나갔다.   

자기가 회사를 위해 생각하고 노력했던 결과물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자 그는 더욱 동기부여 되었고, 더 많은 시간을 일상적인 업무보다 프로세스 개선이나 원가절감 등에 할애했고, 그의 역량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내가 했던 역할은 그와 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신뢰하고 실현되도록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 준 것뿐이었다. 

그는 자신 부서의 팀장의 자리까지 올랐고, 후엔 신설 영업부서의 부서장까지 겸임하였다고 한다.   



만일 내가 주변의 평만 믿고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거나, 그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

혹은 그가 나를 그저 그런 상사로 평가했다거나, 인간적인 교감이 없었다면, 그의 탁월한 성과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뭔가 해낼 수 있는 긍정적이고 창의적 마인드를 가진 직원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인간적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바로 코칭이 아닌가 싶다.


체코나 슬로박인들은 회사의 권위보단 사람을 따르는 성향이 있다. 리더로서 가지는 권위에 따르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할 만한 진정한 리더(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리더라면 자신의 인간성이나 지성으로 부하직원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유럽인들에게도 이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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