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비된 여행 Sep 07. 2016

신속성 vs 정확성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③

'신속하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vs

'정확하다', '좋은 결정을 위해 심사숙고한다' 

위 표현들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졌거나, 어느 한쪽에 더 집중하면 부수적으로 덜 신경 쓰게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에 비하면 유럽인은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 처음으로 유럽인의 업무처리를 접하는 한국인들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될 수도 있다. 꼭 직장에서가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겪는 일이다. 예를 들어, 마트 계산원의 바코드 찍는 속도, 점원의 계산(전자계산기를 찍거나 암산)하는 속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속도, 물건을 주문하여 받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관공서의 업무처리 시간,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서비스를 신청하면 완료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특히, 통신 서비스는 한국에 비하면 최악이다.) 같은 것들 말이다.

모든 것이 한국보다 느리고 불편하다.

 

한국인은 시간을 사용하는 속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이니 감히 어느 문화권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압축적 경제성장, 선행학습, 취업준비 등 한국인에겐 당연하고 익숙한 시간의 사용법이 유럽인에게 이해가 잘 될지는 모르겠다.

경쟁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미래의 시간을 미리 사용하여 남보다 앞서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럽 공립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은 일반 학생이 아닌 특별한 영재에게 하는 것이고, 대학에서 하는 공부가 반드시 취업과 결부되지도 않는다. 이들에겐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라는 것이 상당히 새로운 개념일 것이다. 그리고, 소위 이머징 마켓에 속하는 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 속도 또한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률엔 훨씬 못 미친다.  


나는 한국인과 유럽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 방식의 차이가 시간 사용 속도에 대한 상대적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그동안 빠르게 경제발전을 해 온 것은 타국가와의 속도경쟁에서 성공해 온 측면이 있고, 유럽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경제발전을 위한) 일에 투입해 온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알리고 싶은 것은, 유럽인들이 업무를 하는데 쓰는 시간에 대한 개념과, 시간을 쓰는 방식의 차이가 한국인과는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빈약하면 유럽인들은 항상 느리고, 심지어는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정말 게으른 유럽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균적인 유럽인에 있어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특정 업무를 잘 끝내었다고 느끼는 시기에 대해선 한국인과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즉,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의 상대성에 관해 좀 더 깊이 관찰해 볼 때,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준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에선 빠른 속도로 업무를 끝내고, 보고하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식 속도에 맞추려면 신속성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물론,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속도에 맞추려면 완전무결한 것보단 빨리 끝내고, 빨리 의사 결정하는 것이 비즈니스가 돌아가게 하는데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식 속도를 맞추려면 사전 리스크를 잘 검토하거나 완벽한 계약서를 준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론 정확성까지도 보충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개인의 시간을 공적 업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지만 말이다.) 


유럽 사회에선 서로 용인되는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느린 속도를 감안하면 이 시간 동안 정확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낮출 방안을 검토하며 계약서 작성에 참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계약을 진행함에 있어 한국인 사회에서 보단 서로에게 좀 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발생 가능한 변수도 있을 수 있고, 의사결정에도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시간을 더 할애하여 가능한 한 리스크 줄이면서 정확하고 완성도 높은 계약서 작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러 변수를 감안하기 때문에 종종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데, 변수라는 것이 담당자나 의사결정자가 휴가를 냈다거나, 법률 검토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의 이유일 수 있다.


 


신속성과 정확성 중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요건이다. 속도 경쟁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신속 정확함이 가장 좋은 것일 테지만, 때론 신속함을 위해 덜 정확한 것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한국인 보단 결정의 속도가 느리지만, 자신들에게 덜 위험하고 좀 더 완전한 계약서를 만들 수 있었던 유럽인들은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잘 만든 계약서나 준비된 리스크 관리방안을 활용해 한국인보단 훨씬 더 유연하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삶의 속도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신속성과 정확성 중에 무엇에 더 중요도를 둘 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삶을 영위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결코 게으르다고는 할 수 없다.  

시간을 속도감 있게 쓰는 것이 항상 성공과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IDEA는 이제 그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