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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9. 2016

임기응변 & 유연성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④

"I'd like to change this toy. It is broken." "If it's possible, it 'll be better to refund for me." 

유럽에서 가장 큰 다국적 기업 할인매장에서 (한국 같으면 아주 일반적인) 교환이나 환불 요청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물건을 교환해 주는 데스크에서 (물론 영어가 통하지 않으므로) 5분을 기다린 끝에 영어를 하는 직원이 왔다. 그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완벽하게 알아들었으나, 나에게 뭘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몰랐다. 다시 어디론가 여러 곳에 연락을 하더니, 드디어 매니저급 정도 되는 사람이 약 15분을 기다린 끝에 나타났다. 난 다시 설명을 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다. 바로 어제 같은 장소에서 산 물건이 불량품이었던 것이다.  

너무도 확연하게 불량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교환을 요청했는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만이 아니었다. 물론 언어적 불편함도 있었으나, 특별 할인 품목에 대한 교환 절차가 많이 복잡해서인지 일반 직원이 프로세스를 모르는 것이었다. 동일한 물건이 없는 상태이기도 하였다. 환불은 안된다고 하면서, 다시 물류센터에서 새 물건을 받을 때 연락해 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 물건을 다시 받을지는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것도 바로 답을 준 게 아니었다. 그 매니저도 어딘가에 다시 확인을 하고 알려준 답변이었다.



한국 같으면 너무 간단한 일이 유럽에선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 될 수 있다.

보통 이런 일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흔히 일어나는 업무에선 큰 문제가 없다. 일상적인 업무가 잘 돌아가다가도, 갑자기 예외사항이 발생하면(이런 예외사항이라는 것도 한국인의 시각에선 그다지 별 차이가 없는 사안들이 많다) 어쩔 줄 몰라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선 문제가 더 커지기도 한다. 

유럽문화권에선 일반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나 대응 준비가 한국보단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난 상황에 대해선 대처방법을 잘 찾지 못한다.  

한국인이 느끼기에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유럽인들의 눈엔 전혀 다른 사안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를 유럽인들은 한국인보다 사고가 덜 유연하고, 임기응변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유럽인은 공적 업무에 있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으나, 그 논리적 사고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 도달하면 현저하게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유럽인은 한국인보단 더 논리적이지만 덜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아닐까?  

기계적 이성보다 감성에 기반한 유연성을 키우는 것은 유럽인보단 한국인에게 익숙하고 쉬운 일이다. 


유럽의 직장문화는 한국보다 사내 정치가 덜 발달되어 있으며, 덜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조직이나 팀 우선 주의보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문화이다.  

개인으로 구성된 조직의 중요성보다,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이 있어 그 조직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개인이 조직보다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보단 덜 머리 아픈 단순한 조직 문화에서 복잡한 사고의 유연함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해결방법은 미리미리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꼼꼼하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만일 유럽인이 부하직원이라면, 사전에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매뉴얼에 없고 교육받지 않은 상황에서라도 (예외사항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개발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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