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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9. 2016

제복의 귀환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⑤  Dress Code!

갑자기 부서원 모두가 제복(회사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나타났다.

정말 보기 힘든 모습이다.

1박 2일 부서 워크숍을 하러 호텔로 떠나기 직전, 회사 밖 주차장에서 발생한 상황이다.

'아!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나를 골탕 먹이는 것도 아닐 테고!'

나는 정말 난감했다.

나만 캐주얼 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회사를 나오기 직전에 일부러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회사 밖에서 유니폼을 입는 게 이상해 보일 것 같았고, 워크숍을 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상황엔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유럽 사람들은 획일적인 것을 거부한다. 회사에선 제복이 대표적인 획일화의 징표이다.

교육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단체 체조도 가장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문화이다.

단체로 하는 체조는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나 과거 공산주의 시절의 군대나 집단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과장되게 표현하면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가졌다.

우리의 문화권에선 자신의 건강을 위해 간단히 하는 체조가 뭐 그리 문제가 될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건강을 위한 체조를 왜 단체로 시키느냐가 유럽인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을 왜 회사가 강제로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획일화는 강제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유니폼도 강제성을 수반한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대다수 유니폼을 입는다. 규정이 그래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실용적인 목적에서 직원들이 원해서 입는다. Physical 한 노동을 하는 공장 노동자들에겐 일을 하다 보면 땀도 나고 금세 옷이 더러워진다. 보통은 매일 세탁해야 하고, 그래서 옷도 다량으로 필요하다. 회사에서 유니폼을 세탁까지 해주므로 유니폼을 입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신들이 작업 중에 입을 옷을 구입해서, 계속 갈아입기엔 이를 감당할 경제적 여력도 없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우는 다르다.

옷을 매일 갈아입을 여력도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자신의 감각을 옷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사무직에게도 유니폼을 나눠주지만 잘 입지는 않는다. 아무리 회사 규정으로 유니폼을 입으라고 강요해도 잘 되지 않는다.

너무 심한 드레스 코드를 강요하면 집단 반발이 일어난다.

현장직처럼 실리적으로 유니폼을 입을 필요가 없는 사무직에게 유니폼을 너무 강제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를 무시해 버리는 행위이다. 대부분의 유럽 회사는 캐주얼 복장으로 일한다. 한국에 비하면 아주 자유로운 편이다.

고객과 약속이 있다거나, 외부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등의 상황에선 자신들이 알아서 그 상황에 맞는 포멀 한 복장을 입는다. 최고 경영층은 아무래도 외부인과의 접촉이 많으니, 보통은 수트를 입고 출근한다.

획일화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제복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아이템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인들 생각에도 단체성이 꼭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다. 때론 획일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도 있는 것이다.

워크숍은 직원들의 생각엔 단체성을 부각하여야 하는 조직 행사이니 조직의 정체성을 드러낼 유니폼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조직의 일원으로서 이 행사에 참석함을 대내외에 표방해도 무방한 것이다.

심지어 호텔 내의 다른 손님들에게 '우리는 XX회사에서 단체로 온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내 생각과는 완전 반대인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선 평소에 정장이나 유니폼만 입다가, 워크숍 갈 때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복장을 입고 온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 측면에서 이해하자면, 한국인은 평소엔 조직 구성원임을 항상 자각하고 있다가 - 유니폼으로 표시 - 워크숍과 같은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free한 발상이 필요한 경우에 개인주의 성향이 표시되는 것

같다.

이와는 반대로 유럽인은 평소에 개인주의적 성향의 자유로운 조직생활을 하다가 -자유 복장- 공동체 의식과 조직의 단합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 때만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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