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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0. 2016

 미래를 위한 희생?

중부 유럽의 사회보장제도와 현재의 삶   

"Wow, 집이 정말 크네요!" 

"아니에요, 이 집엔 우리와 처남 가족, 그리고 장모님이 살고 있어요."


어느 직원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의 일이다. 예쁜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직원 가족이 살기엔 집이 커 보여서 한 이야기였는데, 말을 잘못 꺼낸 것 같아 미안했다.

체코나 슬로바키아엔 부모나 다른 친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한국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할 것 같은 중부 유럽인들이 한국처럼 부모와 함께 살다니 좀 의아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정말 드물고, 최소한 누군가(보통은 결혼 전 이성 파트너)와 함께 산다.

 

(보수적 시선으로 보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유럽에서 독실한 기독교(카톨릭) 신자가 아닌 이상, 보통 젊은이들은 아이를 가지 전까지 동거를 하다가, 아이가 생기면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정말 대놓고 왜 동거만 하냐고 몇 명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답은 간단했다. 같이 살아봐야 결혼할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혼율이 높은 편이니, 혼전 동거는 필수사항인 듯싶다.) 


왜 이렇듯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보편적 일까?

답은 간단하다. 문화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평균적인 직장인의 급여 수준으론 임차료를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구 공산주의 시절에 부모세대는 집을 국가로부터 받았고(집 대신 돈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자식 세대들이 부모의 집을 수리해서 같이 살게 된 것이다. 당연히 집세를 아끼기 위함이다.

결혼 전에 함께 사는 경우도 있고, 독립한 뒤 가족이 합치는 경우(이 경우는 다세대가 살기 위해 보통 집을 수리한다.)도 흔하다. 

또한 중부 유럽 여성은 (집시이거나 남편이 정말 부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 아이가 있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 그들의 가정 경제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실화가 있다.

2년간의 출산휴가 뒤 복귀한 여직원이 해 준 이야기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지난 2년 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것이다. 난 아이 키우기가 무척 힘들었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돈을 벌지 못해, 남편의 월급으로만 생활하기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였던 것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집세나 물가에 비해 급여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인 것이다. 

생활물가 수준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다.(공산품은 좀 더 비싼 편이고, VAT가 우리나라보다 10% 높은 이유도 있고..., 농산물은 유제품류나 감자, 육류 등 주식을 제외하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슬로바키아의 경우는 2009년 EURO화를 도입한 이후, 물가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소득세와 각종 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장세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가 보장해 주는 부분이 많다. 의료, 교육, 은퇴 후 생활은 보장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급여로는 집과 차(를 소유하고 있다면)의 사용과 생활비만 충당하면 된다. 남은 돈을 저축할 여력도 크지 않고, 저축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슬로바키아 기준(체코와 거의 유사하다.)으로 그들의 사회보장제도를 자세히 살펴보자.

만일 Gross Salary(세전 급여)가 1,000이라면

개인이 내는 세금과 사회 보장세는...

소득세 190(연말에 소득정산을 하지만, 매달 원천징수하는 세율로 보면..)

건강보험료 40, 

각종 사회보험(퇴직, 병가, 고용, 상해 등) 94

로 Net으로는 총 324를 제외한 676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개인부담분 이외에 추가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사회보장세(각종 연금과 건강보험료)가 352이다.

즉, 1,000이 Gross Salary라면, 국가(실제로 연금은 국가가 아닌, 국가가 인정한 민간보험사를 선택한다)에 납부해야 하는 총액은 소득세 190을 제외하고도 사회보험료로 486을 내게 되는 셈이다. 

즉, 어림잡아 소득세 포함 총 67.6%의 세율인 것이다.

한국에 비하면 큰 비율의 사회보장세를 납부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현재 높은 세금을 부담하여 어느 정도 미래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러나, 세후 Net으로 받는 소득으로만 살기에는 임차료나 물가 수준이 상당히 높다.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외벌이로는 먹고살기 힘든 것이 중동부 유럽 국가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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