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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0. 2016

절대평가 vs 상대 서열화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⑥

"내 평가 결과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울먹이며) "무엇 때문에 내가 동료 A보다 못한 겁니까?"

"평가 결과를 다시 한번 고려해 주세요." 

타 부서 한국인 관리자의 평가 결과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며, 나에게 강하게 어필한 직원의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매년 한 두 차례 인사평가를 한다.

직장생활에서 있어 평가란 개인에겐 가장 민감한 부분이자 치명적인 부분이다.

우리식 평가 문화는 기본적으로 상대 서열화에 익숙해져 있다. 내가 좋은 고과를 받으려면 다른 사람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야 하는 zero sum 게임이다.

평가제도라는 것은 유럽에서도 회사마다 다르고, 한국적 평가문화라는 것도 정의하기 힘드므로 제도 자체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논하기엔 곤란한 점이 많다.

내가 논의하고자 하는 바는 평가제도 자체보다는 평가하는 절차와 피드백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 후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제도가 회사마다 다르므로 일률적이지 않으나, 내 경험으론 중부 유럽 내 회사는 상대 평가가 최우선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절대평가도 있고, 점수로 표현하지 않는 평가도 있고, 향후 개인의 목표만 상사와 협의하는 면담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단 회사의 정책에 따라 다양한 평가제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문화적 차이에 대한 부분은 평가자의 피평가자에 대한 면담 과정과 피드백에서의 문제였다.

(평가 결과 설명에 대한 언어적 문제가 없었다고 가정하고,) 상대 서열화로 평가를 하다 보니 너도 잘했지만, 비율상 너는 상위 점수를 맞기 어렵다는 식의 모호한 면담을 진행한 것이 문제였다.

평가자가 자신의 평가결과에 대해 설명할 이유를 잘 찾지 못한 것이다.


상식적이긴 하지만, 부하직원을 평가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할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능력이나 역량이 좋고,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XX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라든지 YY부분의 업무역량을 키우거나 ZZ부서로의 전환도 고려해 보는 게 어떤지 등 평가자가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피평가자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면담이나 평가 피드백시 평가자로서 면담 과정이나 면담 시 태도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평가자가 결과를 설명은 하지만 피평가자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향후 목표나 계획을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평가의 목적은 평가지 제출이 아니라, 평가 후에 피평가자가 동기 부여되거나 반성하여 향후 목표 달성에 좀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유럽인 평가자들은 이런 면담이나 피드백 과정에 있어 한국인보다 훨씬 전문성을 보였다.

한국인 평가자는 주로 이 난감하고 어려운 면담 과정을 어떻게든 끝내버리고 싶어 하므로 유럽인 평가자보다 면담이 훨씬 빨리 끝나 버리곤 한다.

어떤 유럽인 평가자는 평가 면담 과정을 통해 피평가자의 소원 수리하는 경우도 보았다.  


평가에 있어서 결과만에 집중하지 말고, 그 과정도 본래 평가의 목적에 맞게 하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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