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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6. 2016

파티와 회식

직장에서의 유럽인과 한국인의 문화적 차이 ②

평범한 한국 직장인에 있어서 '회식'은 직장생활에 있어선 빠질 수 없는 공적, 때로는 사적 이벤트이며, 회식을 통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거나 때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는 한국적 직장문화이다.


유럽 직장인들에게는 회사 사람들과 회식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문화권이건 단순히 생각하면 누군가와 같이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때론 즐긴다는 측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적 의미의 회식'을 말 그대로 단순화하여 이해하기엔 유럽 사람들에겐 좀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을 것이다. 가령, 회식의 주관자나 참석자가 누구인지? 등에 따라 그들의 참여도나 참여할 때의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 회식문화와 다른 점은, 어떤 경우라도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거나 개인의 사적 계획이 미리 정해진 경우 회식보단 개인적인 일이 우선시 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거나 정말 내키지 않는 경우라도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유럽인들은 일반적으로 매사에 공과 사가 분명하므로, 회사의 비용으로 식사를 하게 되는 공적인 자리의 경우 회사가 비용을 들여 마련해 준 자리임에 고마움을 느끼고, 이 시간 동안 회사 동료들이나 상사와 건설적인 때론 사적인 대화를 즐기며, 실제로 팀워크를 향상하기 위한 자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유럽인들에게 회식에 대한 1차적 느낌은 영어의 Team Buliding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게 적당할 듯싶다. 팀빌딩은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Party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공적인 분위기가 전체적인 회식 시간 내내 맴돌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 팀빌딩 시간 동안은 파티 때와 달리 흥청망청 마시지 않으며, 회사생활이나 사적 대화에 초점을 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사나 동료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팀빌딩의 취지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주관하는 파티(송년회 같은 종류의 회사 이벤트)도 물론 회사 비용으로 치루는 행사이지만, 이 행사에 대한 의미는 팀빌딩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 파티를 통해 자신의 패션감각을 한껏 드러내기도 하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남녀 간에 뭔가 불꽃이 타오를 수 있는, 그런 casual 한 이벤트인 것이다. 파티는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 년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팀빌딩 같이 뭔가 건설적인 생각을 가지고 참석 것이 아니라) 정말 개인이 파티를 즐기기 위해 참석하는 것이다.

당연히 주량껏(또는 이를 오버하여) 술을 마시는 경우가 흔하고, 직장 상하관계를 떠나 자유로운 대화를 즐긴다. 파티를 즐기는 문화에서도 한국과는 차이가 큰 데, 한국인은 (주로 노래방 기계를 활용하여) 직접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는 경우가 많지만, 유럽인들은 (정말 가수급 정도로 노래를 잘하여 뽐내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노래를 부르는 것에 매우 수줍어하며, 주로 음악에 맞추어 춤추기를 즐긴다. 이들을 파티에서 가장 즐겁게 해 줄수 있는 방법은 충분한 마실거리와 밴드나 DJ(지속적으로 춤을 출 수 있게 해 줄 음악 제공)이다. 때론 한국인의 회식문화에서 볼 수 없는 흐트러짐이나 격렬함(좋게 표현하면 정열)이 존재한다.  

만일 유럽인 중 이런 류의 즐기는 문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 파티엔 참석하지 않으므로 참석자는 즐길 준비를 하고 파티에 참석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술에 있어서도 유럽의 과실주들이 한국의 소주 등 술보다 훨씬 도수가 높으며 술을 잘 마시는 유럽인들도 정말 많다. 한국인보다 술을 마시는 횟수는 적을지 몰라도 술을 마시는 유럽 사람들에 있어서는 유럽인들의 주량이 한국인보다 센 것 같다. 그들은 평소에 독주에 길들여져 있고, 금요일 밤 같은 때 한 번 작정하고 마시면 정말 만취할 때까지 마시기도 한다. 중부 유럽 국가인 헝가리나 슬로바키아엔 70도를 넘는 술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팀빌딩과 파티로 구분하여 유럽 직장인의 직장 내 유흥(?) 문화를 설명하였지만, (흔하진 않지만) 유럽 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친한 동료간 사적 모임들을 가지기도 하며(사적인 모임이므로 당연히 회사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선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통용이 될 것이다. 회사 안의 사람을 만나기는 하지만 회사와 상관없는 사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직장에서 간간히 일어날 수 있는, 번개 회식은 유럽 직장인들에겐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상사가 그런 식의 제안과 강요를 한다면 당일 야근을 시키는 상사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물론 대놓고 표현하진 않겠지만, 그런 일을 자행한 상사라면 자신이 유럽인들 사이에 어떠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다음날이면 바로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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