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슬로바키아
2006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같은 나라아냐? 언제 나눠졌지?"
"아! 예전에 사회주의였던 나라!"
2016년
"체코 프라하, 정말 아름답더라. 이번에 동유럽 패키지 다녀왔는데!
거기 살면 정말 좋겠다."
내가 처음 체코에 나왔던 2006년, 주변 사람들의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비교하면
요즘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프라하로 대표되는 관광지를 가 본 사람이 많고, 우리나라 대기업이 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사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더 많은 정보가 노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란 나라에 대해 전에 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방문해 본 사람도 많지만, 아직도 이 곳의 사람들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은 게 많은 것 같다. 그동안 살면서 경험하였던 이곳 사람들과 문화, 그리고 한국인 고용주 입장에서의 아시아인으로서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체코나 슬로박 사람들은 동유럽이란 표현을 어색해한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동유럽보다 중부유럽으로 불리길 바란다. 실제 지도로 보면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아시아에선 오스트리아를 동유럽으로 분류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아마도 전엔 정치이념이 달랐던 데에서 유래했겠지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보다 체코의 프라하가 지리적으로 서쪽에 위치해 있다.
체코인은 유럽의 심장(체코 지도를 보면 심장 모양과 닮음), 슬로박인은 유럽의 배꼽(카파르티아 산맥이 위치함)이라고 스스로 자기 나라를 일컫는다. 체코는 거의 평지이지만, 슬로박은 국토면적의 상당수가 산악지형이다. 슬로바키아인은 민족의 기원 또한 산악 민족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슬로바키아 친구가 해 준 재미있는 말로 슬로바키아에서 등산하다 죽는 사람은 모두 체코 사람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체코엔 산이 별로 없어서 등산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산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도 챙기기 않기 때문에 산에 대한 무지로 인해 그렇다고 한다.
2. 체키야, 슬로바키아
체코(영어론 Czech, 체코어론 체스카)는 원래 형용사이다. 그래서 정식 국명은 체스카 레뿌블리카(Czech Republic)이다. 체크(Czech)가 형용사라 체키야 라든지 쉬운 국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는 Local News를 최근 본 기억이 있다.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처럼 말이다.
3.츠트브르텍(자음의 연속, 체코어로 목요일)
- 세계에서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언어
"2년간은 발음을 너무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체코 아이들도 5학년 정도는 되어야 발음을 정확하게 할 수 있거든요." 체코 초등학교 선생님이 나에게 체코어 개별지도를 해 주셨는데, 그분이 하셨던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발음과 문법을 가진 나라가 체코와 슬로바키아이다. 체코어나 슬로바키아어는 격에 따라 고유명사까지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게 없다. 예를 들어 내 성이 황씨인데, 격에 따라 황고비, 황가, 황구 등으로 변한다.(황이, 황에게, 황을 이런 식이다..) 신기해서 어떻게 처음 보는 아시아계의 성을 바꿀 수 있냐고 하자(바꾸는 특정 공식 같은 게 있는 것인지 신기했다.) 그냥 발음해 보면 안다고 한다. 영어 이름 John이 체코에선 얀(Jan)이고, 부를 땐 보통 Honza라고 부르는데, 슬로박은 '혼자'란 말은 쓰지 않는다. 비슷하지만 같지 않다.
체코나 슬로박인에게 물어보니, 언어의 유사성이 많아 서로 자기 나라 말을 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단다. 공통된 의견은 약 85~90% 비슷하다고 한다. 모두 서슬라브 어족으로 폴란드어와는 50%~60%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어느정도 이해한다고 한다.
그리고 체코나 슬로박인은 정규 대학교육 정도 받았으면 보통 2~3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내가 보았던 대부분의 사무직 이력서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언어가 평균 3개 정도였다.
요즘은 영어가 가장 인기 있는 언어이고 실제 필요로 하는 언어이지만, 공산주의 시절엔 러시아어를 필수로 배웠기 때문에 40~50세 이상 정도의 사람들은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므로(전체 외국투자의 반 정도가 독일 자본이다. 요즘은 중국, 대만, 한국 등 아시아계 투자도 많이 늘었지만..)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영어로 물어보면 독일어 단어로 답하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헝가리 말은 슬라브어와 완전 다른 어족으로 체코나 슬로박어완 관련성이 거의 없다.
4. 너 헝가리 말하냐?
슬로바키아에선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뚱딴지(?) 같은 소릴 할 때 쓰는 표현이다. 헝가리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론 실제로 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인이라고 처음 보는 사람에겐 이야기를 못한다고 한다. 바로 네 나라 돌아가란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로바키아에 사는 헝가리 사람은 많은 편이라, 올해 선거에서도 헝가리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당인 Most-Hid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을 정도이다. 몇 년 전엔 슬로박정부에서 공식문서엔 헝가리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만들어 헝가리와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서로를 형제의 나라로 부르며 사이가 좋은 편이다. 한때는 자의든, 타의든 같은 나라였고 언어적 민족적 유사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상대방을 점령하거나 전쟁을 한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두 나라가 모두 주변의 강대국에 항상 시달렸고 항상 지배를 받았던 민족이었으므로 서로 다툴 기회도 없었지만... 1차 대전 전에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중 제국(합스부르크가의 통치 시절)에 의해 체코지역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았고, 슬로바키아는 헝가리의 영향 하에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슬로바키아는 헝가리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체코 사람들은 오스트리아를 그 정도로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모두 소련과 나치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었으므로 역사적으로 독일이나 러시아에 대한 좋지 않은 민족감정이 있는 편이다. 체코나 특히 슬로바키아는 EU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러시아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EU의 중심 서유럽 국가에 비해선 말이다. 세르비아 여행 가서 느꼈던 점인데,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아주 상당한 우호관계를 가지고 있고, 정치인 중에 푸틴이 가장 인기가 많을 정도로 세르비아인의 러시아에 대한 감정은 남달랐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와 내전을 거치면서 EU나 서방세력과 껄끄러운 관계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5. 비셰그라드 그룹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를 일컫는 말로 1991년 네 나라가 헝가리 비셰그라드에 모여 외교, 경제, 안보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결성한 협의체이다. 공통적으로 4국 모두 2004년에 EU에 가입했고, 비슷한 시기에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경제력이나 지나온 현대사의 공통점으로 인해 유사성이 타 EU 국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요즘엔 난민 문제에 대해 뉘앙스 차이는 있으나 공통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EU 내에서의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더욱더 협력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이고 있다. 실제로 4국간엔 지리적인 위치가 가까울 뿐 만 아니라, 경제 교류도 많은 편이다. 물론 폴란드는 인구나 면적이 다른 나라들보다 큰 편이라 체코나 슬로박인들도 폴란드를 단순 비교하기엔 자신들보다 큰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6. 슬로바키아에서 세계 1위 하는 게 뭔지 알아?
인구가 540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국인 슬로바키아에서 내세우는 2가지 세계 1위가 있다. 바로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와 1인당 성(castle)의 수이다. 슬로바키아의 성은 온전한 성도 있지만 대부분 폐허가 된 성이 많다. 하지만 수에서는 1인당으로 볼 때는 가장 많다고 한다. 자동차 생산대수도 연간 1백만 대를 넘어 1인당으로 치면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하는 나라이다. 2018년엔 재규어 랜드로버가 진출하기로 되어 있어 당분간 이 성적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모두 인구가 적어서 가능한 일이리라.
체코는 반면에 1인당 맥주 소비량에서 거의 매년 1위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체코인에게 맥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각 지방마다 생산하는 맥주가 다양할뿐더러 세계적 맥주 브랜드도 많이 가지고 있다. 물론 이젠 대부분 다국적 맥주기업에 자본상으론 속하게 되었지만... 플젠 지방의 필스너 우르켈, 체스키 부데요비체의 부드바르 등등.. 버드와이저의 상표권 분쟁에서도 체코의 부드바르가 이겨서 현재는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체코식 발음인 부드바르가 버드와이저의 원조인 것이다. 또한 체코는 라거 방식(요즘 대부분 맥주가 사용하는 금빛 나는 맥주 만드는 발효방식)을 최초로 만든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맥주가 체코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또한 작지 않다. 체코맥주는 싼 가격과 전통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며, 물을 마시듯 식당이나 바에서 맥주를 찾는다. 아침부터 거리나 조그만 상점엔 몇몇이 모여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맥주가 물보다 싼 식당 여러 곳 발견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