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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3. 2016

다중언어 능력자들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⑪

체코와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서로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여도 약 90% 정도 이해한다고 한다.

언어의 유사성이 아주 많은 것이다. 실제 많은 단어가 비슷하다.

같은 서 슬라브 어족이다. 체코인의 말에 따르면, 폴란드어도 약 60% 정도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헝가리는 민족도 다르거니와 언어도 정말 다르다. 슬로바키아에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할 때, 비아냥거리며 지금 헝가리 말을 하고 있냐고 물을 정도이다. (헝가리는 슬로바키아를 지배했었기 때문에 슬로박인의 헝가리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만무하다.)


중동부 유럽 많은 나라의 언어들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지므로 같은 어족의 언어는 배우기가 쉬운 편이다. 또한 TV 등 방송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살았던 폴란드와 체코 국경지역은 전부터 서로의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다른 나라 방송을 보며 서로의 언어를 익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력서를 보더라도 대졸 이상 학력이면 대부분 2~3개 정도의 외국어를 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보통 1~2개 같은 어족의 언어와 함께 영어라든지 독일어를 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나도 체코와 슬로박어를 각각 1~2년 정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지금껏 내가 경험해 본 언어 중 가장 어려운 언어였다. 발음이 정말 까다로운 것은 물론(자음만 3~4개 이어지는 단어도 많다)이고 문법 체계는 정말 난해했다. 서양 언어에서 일반적으로 변하지 않는 게 고유명사인데, 체코나 슬로박어는 사람의 이름마저 격에 따라 변한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나의 체코어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체코인들도 조차 아주 정확한 발음을 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많은 연습을 통해서만 완벽한 발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어렵고 문법적으로 정확한(성, 수, 격 등이 엄격하고 복잡하여 아주 정확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언어를 모국어로 삼는 사람들이니 그들이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한국인이 서양 언어를 배우는 것보단 훨씬 쉬운 일일 것이다.


공산주의 시절엔 학교에서 러시아를 필수적을 배워야 했으므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영어가 단연 가장 중요한 외국어이고 많은 외국어 학원에서 가르친다. 독일어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만큼 독일의 경제적 영향력이 이 지역에 크고 실질적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아주 많고, 영어를 잘하면 외국회사 등에 취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아시아 사람이라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 대해선 그들이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체코나 슬로박엔 베트남이나 중국계 사람들도 많이 사는데(체코에 사는 베트남계 사람들은 주로 우리나라 식으로 치면 공산주의 시절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서 정착하고 가족도 부른 사례가 많다. 현재 그들은 대부분 음식업, 신발가게 등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체코어나 슬로박어를 어느 정도 하지만(하지만 발음은 네이티브와는 아직도 많이 다른 것 같다.) 영어를 전혀 못한다. 영어를 하는 아시아 사람이라면 베트남 사람이 아니라는 구분이 될 정도이다.

일반 중부 유럽인들은 한국인이나 중국인뿐 아니라, 베트남 사람까지도 생김새로는 국적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한국계 글로벌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많은 신입사원들의 입사 이유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라는 점도 흥미롭다. 글로벌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영어를 잘할 거라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계 회사에 들어와서는 이 점 때문에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영어를 배우러 왔는데, 같이 근무하는 한국인들이 자신들보다 영어를 더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보다 영어를 익히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한 예로 영어를 그다지 잘 하지 못했지만, 경력상 필요에 의해 입사한 한 직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1년 만에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었겠지만, 중부 유럽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속도보단 훨씬 빠르고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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