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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3. 2016

異議를 提起하는 방법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⑫

"어제 회의 시간엔 제 뜻이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이 안건에 대해 다른 부서 사람들의 의견도 같이 모아졌으니, 결정을 재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니, 어젠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잖아요! 이제 와서 이러면 어떡하라고요? 그것도 관련 없는 사람까지 왜 끌어들여요?"


전날 어느 의사 결정권자와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결정권자의 일방적인 상명 하달식의 의사결정에 반발하여 이의를 제기한 경우이다.

권위적이고 억압된 상황에서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직원이 회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반발을 한 것이다. 게다가 다른 부서 직원들의 의견 조율 과정도 거친 후에 논리적으로 과정과 결과의 부당함에 대해 appeal 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나름 형식을 갖춘 회의에서 최종 결정권자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회의에 참석했던 이 유럽인은 한국적 문화를 그나마 이해한 사람이라, 그 회의자리에선 강하게 반발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아는 많은 유럽인들은 보통의 회의에서라면 상사와 이견이 있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때론 강하게 주장한다. 의견이 다른 유럽인들 간에 발생하는 강한 어조의 시끄러운 토론 또한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위 상황의 경우는 그날의 회의가 너무 중압감을 준 데다 (아마도 그 날의 한국인 회의 참석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바로 반박하는 것이 승산이 없어 보여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인들도 자신이 직접 당한 일이 아니더라도, 상사나 다른 권위에 의해 비합리적인 일을 당했다고 생각될 경우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직장에서 언젠가 자기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직적으로 불합리에 대항하고자 한다. 그들이 생각한 불합리라는 것이 비합리적 한국식 의사결정 구조가 될 수 도 있고, 개인의 권한 남용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인들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사건이 다수에게 공유된 상황에서는 그냥 덮어두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단, 발생한 사건이 (상사의) 권력과 관계없는 개인들 간의 사안이고, 타인에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선 본연의 모습인 개인주의로 돌아와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즉, 직장 내 가십거리나 개인 간 사적 충돌 등에 대해선 완전 무관심이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기도 꺼려한다. 


한국인 같았으면, 타인의 개인사에 대해 더 궁금하고 뭔가 알고 싶을 것 같은 데 말이다. 하지만 상사의 불합리성으로 인한 동료의 억울함엔 개입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게도 나중에 본인에게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우선은 소나기는 피해야 하고, 미래보단 지금의 현실을 버텨야 하는 것이 한국적 마인드로는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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