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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14. 2016

공개적 훈육의 무서운 결과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⑬

"회사를 그만두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 상사가 저를 굉장히 싫어하는 것 같아요."

"이 상태론 얼마 못 갈 것 같아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요?"

"우리 회사 다니는 게 배울게 많아서 좋다고 했었잖아요."

"내가 당신 한국인 상사하고 한 번 이야기해 볼게요."


이 상황은 입사 1년 차의  타 부서 직원과 내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그녀는 사교성이 좋아, 나와는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도 하고 지내는 명랑한 성격의 직원이었다. 고민 상담의 상황은 아니었고, 우연히 그녀와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하게 되었다가 그녀가 불쑥 꺼낸 이야기였다. 나에겐 그녀는 밝은 성격을 가진 항상 쾌활한 직원으로 생각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의 한국인 상사에게도 업무가 평균 수준 이상은 되는 직원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었던 터라 그간 어떤 큰 변화가 있었던 건지 궁금했다.



다음날 그녀의 한국인 상사와 만나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그가 한 이야기는 굉장히 뜻 밖이었다.

그 한국인 상사는 그녀가 업무도 잘하고 괜찮은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그녀의 생각을 알려주자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로서는 전혀 상상치 못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이 궁금해졌다. 뭔가 서로 간의 오해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혹시 서로 간에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득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상황에 대한 해결을 본인들에게만 맡겨두면 더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내가 직접 나서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해당 여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여러 이야기를 한 끝에, 상사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특정 사건 이후 시작된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건 이후, 그녀는 그 상사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이후 그와의 직접 대면 상황이 오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한국인 상사는 이런 그녀의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 한국인 상사와 그 사건을 회고해 보면서, 그 당시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었는지, 그리고 그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했었는지 곰곰이 따져 보았다. 


그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그 한국인 상사 주재의 전체 부서원 회의에서, 그녀가 만든 보고서에 실수가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그 상사는 이 실수를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하고, 평소에도 이런 실수를 하는데, 더 중요한 보고서엔 더 한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질책을 하였다는 것이다. 앞으로 실수를 하지 않게 조심하란 경고의 차원이었다고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그녀를 모든 부서원 앞에서 창피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영어에 대한 부분도 한몫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보통 공대를 나오고 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공장 관리자들은 고객보단 공장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하고 업무지시를 하기 때문에, 그다지 세련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정확한 의사전달이 중요한 것이지, 어떤 유려한 표현을 쓴다고 일이 더 잘되진 않을 것이다. 표현방법도 간접적인 것보단 직접적인 표현에 익숙한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공대를 나온 공장 관리자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그리고, 그 한국인 관리자는 평소에도 한국인들에게는 직접적인 표현의 경고나 질책을 자주 하는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과 농담도 잘하고, 업무 이외의 자리에선 좋은 선배의 역할도 잘 하는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호탕한 다혈질 관리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마 그 회의에서 그는 (분명 강도는 약했을 것이나,) 평소 그가 했던 행동처럼 그녀의 잘못을 질책하고,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경고를 한 것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상사로서 훈육 차원에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느꼈던 그의 행동은 상당히 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문화 기업에서의 조직관리' 시리즈에서 계속 일반적으로 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중부 유럽인의 생각도 있을 것이므로..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중부 유럽인이라 해도 한국이나 아시아인보다는 일반적인 중부 유럽인의 생각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으로 계속 문화적 차이를 비교해 나가고자 한다.] 중부 유럽인에겐 공개된 장소에서의 비판이나 질책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나의 '한국인과 중부 유럽인과의 문화적 차이 비교'에 있어 많은 영감을 준 체코인 수석 컨설턴트의 말이다.

"구 공산권 국가였던 중부 유럽인에게 있어,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개인 비판은 그 개인에게 있어 참을 수 없이 수치스러운 일이며, 이만큼 개인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조언했던 금기사항 중 첫 번째가 뭔가 상대방에 대한 중요한 불만이나 부정적인 의사표현을 할 때, 반드시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당사자에게만 이야기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타인에게 보이는 자기의 모습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부 유럽인에겐 공공의 장소에서 비난받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일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도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지만, 한국보다는 중부 유럽인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정적 의미를 받아들이는 강도는 훨씬 더 센 것 같다.  


문화적인 차이라는 것이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그냥 해프닝 정도로만 느껴질 수 도 있고, 어차피 어느 문화권에서건 지나 보면 익숙해질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그 차이가 이해되지 못하면, (문화적 차이가 있는) 조직을 떠나야만 (혹은 위 사례처럼 조직을 떠나려는 생각을 하는 정도까지도) 해결이 되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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