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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27. 2016

'눈치' 없는 사람들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23)

"밖이 왜 이리 시끄럽지?"

잔뜩 기분이 언짢은 상태로 한국인 부하직원을 질책하던 한국인 상사(한국인 간부 회의시간 중)...

"조용히 좀 하라고 시켜!"

마침내 폭발한 한국인 상사...


"Could you speak in a lower voice? Our boss is not in a good mood."

마지못해 유럽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한국인 간부


"It is OOO's birthday. We are celebrating now. ????? !!!! ????"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럽 직원들

(What's wrong? What's the problem? 이란 말을 하고 싶었을 것임)


한국인은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상사의 성격이 다혈질일수록 더욱 조심한다.

상사뿐 아니다. (실적이 좋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회사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거나, 근무기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 때는 몸을 낮추고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이런 상황에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위 사례는 상사의 기분이 안 좋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생일 축하 분위기여서 더욱 떠들썩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일이 아니었다고 한들 유럽인들은 한국인 상사의 그날 분위기를 살피지 않았을 것이다.

상사가 몹시 아파 보이지만 않는다면 상사의 기분은 그냥 개인의 기분일 뿐이다. 

업무로 인한 것이건, 개인적인 일이건 개인의 기분 나쁜 상태가 회사에서 표출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한국인만큼은 직장에서 화를 많이 내지 않는다. 그들이 감정조절을 잘하는 사람이어서 라기 보단, 직장이란 공적인 공간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기엔 부적절한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사적 공간에서의 그들의 감정 표현은 훨씬 자유롭고 절제되어 있지 않은 측면도 많다.

몸이 아파 보였다면 인간적인 측은지심에 안됬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렇다고 평소보다 뭔가 더 잘해주지도 않는다.

회사의 분위기엔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자세히 이야기해주기 전엔 잘 눈치채지 못한다. 설령 회사의 안좋은 분위기를 알았더라도 그들의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한국인이 기대하는 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유럽인의 '눈치'에 대한 정도가 한국인과 다르다고 해도, 상사의 분위기가 정말 다운되어 있는데 이걸 알고도 유럽인들끼리 신나서 막 떠들 정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는지 아닌지 신경을 안 쓰는 데다 잘 구분도 못하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한국말을 표현할 때, "따다다 다 따다 다"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유럽인들이 보기엔 한국인들은 무표정한 사람이 많고, 한국말도 (중국어와 같은 성조가 없어서 인지, 전혀 알아들지 못하는 그들이 듣기엔) 크게 악센트를 주지 않고 쉼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리처럼 무미건조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런 그들이 읽는 평소 한국사람의 표정은 아무래도 큰 감정 기복이 없어 보이는 무표정에 가깝다. (물론 한국인이라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한국 회사를 오래 다닌 직원들은 그래도 표정을 훨씬 잘 읽는다.) 

 


한국인이 유럽인과 차별화되는 특징 중의 하나가 어떤 상황이건(특히 좋지 못할 때) 재빨리 자기의 mode를 상황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화에서도 전체적인 맥락을 빨리 파악한다거나 상대방의 분위기를 빨리 읽어 내는 능력, 순발력이 뛰어난 것이다. 이런 부분은 비즈니스에서 강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유럽 언어에는 우리말 '눈치'라는 것을 정확히 설명(영어에 억지로 맞춰 넣자면 'sense' 정도, 하지만 눈치라는 어감을 표현하기엔 너무 광범위하다) 할 적당한 용어가 없다. 그리고, '눈치 있게 행동하기'를 주문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란 것을 서구문화권에서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오늘은 우리 상사의 분위기가 이러저러 하니, 이렇게 행동하면 좋겠다고 가끔씩 이야기하게 되지만, 유럽문화권의 사람들은 그다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못해 그렇게 행동하는 척할 뿐이다.

(오늘 상사의 기분이 그런데 뭐, 나보고 뭘 어쩌란 거야? 내가 자기 자식이나 마누라라도 되는 거야? 이런 생각 정도... 내가 너무 오버했을지도 모르지만..) 

유럽인들은 의식적으로 건 무의식적으로 건 상사나 집단의 특정한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개성(?)까지는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눈치'

유럽인들에겐 이런 기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는 편이 편하다. 이런 게 정말 문화적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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