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 변하는 교육관
요즘 유치원 입학설명회가 한창이다. 보통 5세부터 유치원에 입학하기에, 첫째가 4살이었던 작년 이맘때 나는 집 근처 몇몇 유치원의 입학설명회를 다녀왔다. 각 유치원마다 교육관과 교육 방침을 안내하며 뇌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임을 강조했고,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의 장점을 소개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우리 첫째를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유치원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이었다.
만 3세의 경우 선생님 1명당 아이 15명을 담당하게 되고, 만 4세 이상부터는 20명의 아이들을 맡게 된다. 한 명의 선생님이 스무 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모두 세심하게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첫째는 또래보다 체구도 작고, 예민한 아이여서 그러한 유치원 환경에서 위축되거나 밀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너무 어린아이인데 낮잠도 없애고,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도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방학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유치원은 여름과 겨울에 각각 2주간의 방학이 있어, 워킹맘인 나로서는 이 시간을 커버하는 일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첫째는 기질적으로 조심성이 많고 불안도가 높은 아이이다. 걷기, 배변 활동, 언어 등 모든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 나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시작하면 실수 없이 해낸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한다. 반면, 나는 성격이 급하고 무엇이든 빠르게 익히는 편이라 첫째의 느린 발달이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육아 서적과 정보를 통해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아이에게 맞춘 육아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유아 발달에서 신체 발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근육 발달이 잘 이루어져야 소근육 발달로 이어지고, 이것이 학습의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첫째가 최대한 자연에서 뛰놀며 신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가지 운동과 예체능 활동(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 등)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시간이 흘러 첫째는 만 3세가 되었고, 현재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어린이집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제 만 4세가 되는 내년에는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다.
내년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 이사할 지역의 맘카페에 가입해 유치원 정보를 수집했다. 특히 숲 체험과 신체 활동, 자율적인 놀이를 바탕으로 한 학습을 강조하는 유치원 한 곳이 마음에 들어 반차를 내고 입학설명회에 다녀왔다. 그 유치원은 인기가 많아 만 3세 때 입학하지 않으면 만 4세 이후에는 자리가 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 주에 발표가 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에 따라 새로운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아이의 교육은 부모의 교육관에 크게 좌우된다. 만 5세부터 엉덩이 힘을 길러 공부를 잘하게 하려는 부모도 있고, 흐름에 맞춰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시대는 변했고, 아이들의 숫자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AI가 번역가 못지않게 번역을 하고,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빠르고 많은 정보를 검색해 주는 시대이다. 이런 과도기적인 시기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학습시켜야 할지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오늘도 고민한다.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혹시 나의 욕심으로 아이를 이끄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 아이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지 끊임없이 되새기며 말이다.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