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는 글의 힘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꿈꿔왔던 '글 쓰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리고 그동안 어떤 경험들이 나를 이끌어왔는지 다시 한 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서점에 갈 대면 혼자 책을 고르고, 엄마에게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쌓아 올리는 그 시간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어린 나에게 책은 하나의 우주처럼 다가왔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일기를 쓰는 것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를 쓰는 것은 숙제의 일환이었지만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루를 돌아보고, 사소한 일도 소중히 되새기며 정리하는 그 과정이 참 즐거웠다. 특히 선생님의 확인 도장과 짧은 코메트는 내가 일기를 쓰는 데 있어 특별한 마법 같은 보상이었다. 나는 그 작은 인정과 관심을 통해 글을 쓰는 즐거움을 배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초등학교 시절, 학년 대표로 백일장에 참여하여 입상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아이였던 내가 글로 누군가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나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도 글쓰기는 내 선택이었다. 졸업시험 대신 졸업 논물을 택했고, 논물을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뿌듯한 경험이었다. 특히 대학원에서는 업무와 병행해야 했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문헌 연구였기에 책을 읽고 정리하며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어릴 적 좋아했던 독서와 글쓰기가 떠올랐다. 그때의 경험은 내가 여전히 글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강령해진 것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부터였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이 아니라 끊임없이 마음을 돌아보고, 감정을 조율하며, 인간관계를 새롭게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참아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될 때, 내 생각과 가정을 솔직하게 풀어낼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근 1년 동안 혼자 고이 간직했던 나의 일기를 공개하여 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소중한 깨달음을 기록하며 독자와 교감하고 싶다. 머리가 희끗해질 때쯤, 내 글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흔적을 나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삶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꿈꿔왔던 길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도전이자 위로이고, 성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