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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내일은 더 웃어줄게

by 권선생

삼차신경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은 이후로 몸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한쪽 귀도 여전히 먹먹하고 손목 저림도 여전하다. 이로 인해 피로가 쌓여갔지만, 피부로 드러나지 않으니 남편도, 아이들도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듯했다.


지난주도 남편은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몇 주 전 손가락을 다쳐 회복 중이라 모든 집안일마저 내 몫이 되었다. 몸이 쉬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데도 일상은 멈출 수 없었다.


유독 힘들었던 한 주를 보내고 주말이 찾아왔다. 주말 오후, 괜찮았던 두통이 다시 시작됐다. 어제 밤잠을 설쳐서 그런가 싶어 침실로 들어가 누웠다. 아이들을 떠나 혼자서 잠시라도 쉬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나도 엄마랑 잘 거야!"

주말에 낮잠을 자려고 하면 자기 싫다고 거부하는 아이들이 침실로 들어와 장난을 치고 떼쓰기 시작했다. 신경이 점점 곤두섰다. 결국 차가운 목소리로 그들을 방에서 쫓아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방문 너머 들려왔다. 아빠가 있는 주말에도 엄마만 찾는 아이들이 원망스러웠다.


'엄마도 사람인데, 왜 난 잠시도 쉴 수 없을까?'


갑자기 내 머릿속은 분노로 가득 찼다. 육체의 피로가 마음을 짓눌렀고, 끝내 밖으로 나가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 이제까지 쌓여있던 울분이 폭발한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몇 차례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왜 참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히보니, 아빠가 있는데도 나만 찾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를 더욱 지치게 했고, 육아에 소극적인 남편에 대한 서움함이 나를 더 화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그저 엄마가 익숙하고 편할 뿐인데, 그 사랑을 받아줄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잠들기 전, 딸아이는 레고로 만든 꽃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엄마 선물이에요." 그 작은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을 보고 나는 깊이 후회했다.

'내가 화내고 큰소리칠 때 아이들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작은 어깨가 얼마나 움츠러들었을까?'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같은 마음으로 응답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엄마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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