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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고민의 굴레에 빠지다.

by 권선생

결혼이라는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이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 나니 그 도전은 배가 된다. 요즘 들어 남편과의 갈등이 잦아지면서 그 도전의 무게를 더 깊이 실감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일상이 결코 평탄하지 않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와 집안일, 그리고 업무 속에서 나는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감정은 한없이 외롭고 고단하다.


워킹맘으로서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며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남편에 대한 미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곤 한다. 집안에서의 그는 그저 '로봇'처럼 느껴진다. 내가 부탁한 일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하지만,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변했다. 1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워라밸이 가능한 곳으로 이직도 하였다. 계획을 세우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걸 좋아하고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P의 성향이었지만, 플랜 A와 플랜 B까지 준비하는 파워 J의 성격으로 변모하였다.


남편도 아빠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나에 비해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인지 왠지 모르게 한 번씩 우울해지기도 한다.


경상도 출신인 남편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그리고 집안에서의 나의 노고에 대한 인정의 표현을 듣기 어렵다.

물론 반드시 인정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표현들이 부부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예의이자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바라는 것이 과한 기대일까? 무심한 남편의 태도에 나는 자꾸 힘이 빠진다.


결혼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들 한다. 대화의 부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는 기본적인 대화가 부족하다 보니, 마음의 거리가 점점 멀게만 느껴진다. 이 현실이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육아와 집안일에 대한 고충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깊은 소외감이다. 그 근본이 '공감 부족'인 것 같다. 진정성 있는 공감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의 상황을 온전히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종종 문제의 표면만 바라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감 없는 대화는 공허하다. 진심이 없는 대화는 오히려 더 큰 실망을 안긴다.


이런 감정들이 육아에도 영향을 준다. 부부의 갈등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 상처가 되는 것 같다. 최대한 아이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끔씩 나오는 곱지 않은 대화에 아이들도 집안의 싸늘한 공기를 감지하는 듯하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아이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아빠는 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의 육아이다.' 육아서적에서 읽었던 이런 문구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모든 것이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6년 차 엄마가 되어가지만, 나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많은 고민 속에서 모두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역할로, 가장 행복한 가족은 어떤 모습일지 다시 그려본다.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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