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시대의 보육과제
최근 조부모 돌봄 수당에 관한 뉴스를 접했다. 이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단위로 소정의 돌봄비를 지급하는 정책으로,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등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는 2022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 나도 워킹맘이 되면서 이 정책을 알아본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아이들의 병치레나 예상치 못한 야근, 아빠의 반차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경기도에 계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신청 조건을 확인하니, 서울시에 거주하는 조부모만 해당되었고,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에, 만 24개월에서 36개월 이하 영아를 양육 중인 가정만 신청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결국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물론 정책의 목적에 따라 신청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려면 육아 관련 정책의 기준이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둘이나 낳은 나는 주변에서 종종 "애국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정작 육아 관련 정책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신생아 특례 대출’은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이부터 가능했는데, 우리 둘째는 2022년생이라 대상이 아니었다. 결혼을 늦게 했지만 직장에서 자리 잡은 상태여서 고소득층으로 분류되었고, 이로 인해 여러 보육정책에서 배제되는 일이 잦았다.
실제로 많은 맞벌이 가정이 소득 기준 때문에 다양한 정책 혜택에서 배제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의사여서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아빠는 소득은 낮지만 시간을 많이 내는 중소기업에 다니면 가장 이상적이다”라는 농담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이런 조합은 드물지만,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에게 긍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요즘은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 주변에도 아이는 예쁘지만 기르는 데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많다. 이미 팍팍한 세상에서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보니, 아이를 낳는 일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매일이 유쾌하거나 즐겁지 않은 현실에서, “과연 아이를 낳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은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이상의 돌봄과 양육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출산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육아 관련 정책은 좀 더 관대하고 실질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육아는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면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금씩 변할 것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의 어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커다란 보람과 행복을 발견한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축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축복을 누릴 수 있도록, 보육정책이 더 대중적이고 포괄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보육정책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등원은 부모가 할 수 있도록 출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아이가 전염성 질병에 걸려 돌봄 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결국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는 원칙 아래,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은 아이를 실제로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부모들이 육아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들이 축복받으며 태어날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가 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