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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선물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by 권선생

아이들도 감기에 걸렸고, 요즘 회사에서 일도 많아 피곤했던 터라, 오늘은 온전히 집에서 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어 있는 풍경에 순간 마음이 설렜다. 겨울이니 아이들과 눈썰매장을 갈 계획은 있었지만, 이렇게 주말에 눈이 내리는 건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얼른 아이들과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눈썰매와 눈오리 집게를 들고 집을 나섰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밖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며 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빨개진 코와 볼을 하고는 아빠가 끌어주는 눈썰매를 타며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눈오리를 만들고, 커다란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완성하며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실 집을 나설 때는 두 아이를 챙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모자, 마스크, 목도리, 장갑까지 하나하나 입히다 보니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막상 밖에 나와 눈 위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 번거로움조차 흐뭇한 추억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빠와 함께 눈을 굴리고 눈사람을 만드는 두 아이를 보며, ‘이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언제 크나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 이제는 이 꼬맹이들이 가족의 일원으로 점점 더 제 역할을 해내고, 함께 놀며 즐거운 순간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참 고맙고 뿌듯했다.


눈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둘째가 “엄마, 눈썰매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말하는데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거창한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추억을 나누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부모의 마음이 사실은 이런 순간에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월요일 아침, 첫째가 유치원에서 주말에 있었던 일을 발표하며 행복해할 모습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오늘따라 더 와닿는다.


내일 아침 출근길과 아이들 등원길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오늘 아이들과 함께 만든 아름다운 추억과 첫눈의 고마움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이 하루를 마무리한다.


20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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