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을 그리워하며
2025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의미 있는 날에 대한 설렘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나 아이들 덕분에 명절이나 기념일 같은 날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의도적으로라도 챙기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 떡국을 먹으면서 첫째에게 “떡국을 먹어야 언니가 되는 거야.”라고 말을 했더니, 첫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엄마, 나 이제 6살이에요?”그 말에 한껏 신이 난 아이는 “1년이 12 달이라 또 1월이 되면 7살이 되겠죠?”라며 언니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워했다.
본래 나는 호불호가 강하지 않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의심 없이 밝고 순수한 영혼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한 살 한 살 많아지면서 모든 일에 의심하게 되고, 한 번 더 확인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 나 자신을 마주할 때면,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며, 한편으로 아쉬움도 스친다.
한때 영원히 철들지 않고 살고 싶었지만,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해가 갈수록 실감 난다. 그렇게 철이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점점 익숙해진다.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나 역시 빨리 어른이 되어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의 간섭 없이 자유를 누리는 기쁨만 꿈꿨지, 세상에 나가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과 책임감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세상을 밝고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볼 수 있던 그 시선이 가끔 그립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민하고 걱정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끝없이 질문한다. 직장에서 100세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동료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100세 시대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에요. 정년이 없어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고, 의술의 발달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거죠.”
그 말을 들으며 수명 연장이 모두에게 축복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극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는 언제나 장점과 단점, 흑과 백이 공존한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진리 역시 인정하게 된다.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이런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하다. 단순히 1년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그때는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렘만 가득했다면, 지금은 한 해를 시작하며 무엇을 이뤄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며 한 가지 위안을 얻는다. 첫째가 언니가 된다는 사실에 설레어하는 모습, 작은 변화에도 기쁨을 느끼는 그 순수한 태도는 어른이 된 나에게 잃어버린 무언가를 일깨워준다. 나도 아이들처럼 세상을 밝고 예쁘게 바라보고 싶다. 단순한 떡국 한 그릇이 주는 기쁨, 1월 1일이라는 날짜가 가지는 설렘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
202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