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당첨의 기쁨과 대출의 부담
나는 2019년 1월 결혼했다. 결혼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집이었다. 나와 남편은 결혼이 다소 늦은 편이라, 일찍 결혼한 친구들과 지인들은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며 대출로 시작하더라도 내 집 마련을 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질 계획이었고, 억 단위의 대출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남편과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통해 우리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결국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였다. 2017년과 2018년에 발표된 각종 부동산 대책의 영향인지, 아니면 저금리 기조 때문인지, 집값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전세를 알아보던 당시와 비교하면 매매가는 이미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남편과 나는 서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때 조금 무리해서 집을 매매할걸.'이라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집 마련에 대한 걱정으로 한 해가 또 지나갔다.
신혼생활 8개월 만에 아기천사가 찾아왔고, 청약 가산점 제도에 태아도 자녀 수에 포함되어 청약 당첨에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출근길에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00 지구 000동 000호에 당첨되셨습니다.>
문자를 보고 나는 한껏 상기된 마음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도 아이가 생겨서 청약에 당첨이 된 것 같다며, 곧 우리 집이 생긴다며 기뻐했다. 그렇게 당첨서류를 준비하며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곧 우리는 당첨확인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당시 코로나가 극심했던 터라 청약 당첨자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차 안에서 기다렸다. 얼마 후 남편이 돌아왔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알고 보니, 청약 신청 시 잘못 기재한 내용으로 당첨된 것이었고, 그로 인해 당첨이 무효 처리되었다. 청약 부적격자에 대한 페널티로 1년간 청약 신청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청약 당첨 소식을 듣고 행복했던 며칠 간의 시간이 산산조각이 났고, 우리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 후로도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불안심리 때문인지, 정말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우리는 몇 번 예비 당첨이 되긴 했지만, 실제로 내 집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렇게 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둘째가 태어나 우리는 네 식구가 되었다. 코로나 이후 인건비도 상승하고, 자재값도 오르면서 그간 분양가도 많이 상승했다. 더 이상 '로또 청약'이 아니라는 뉴스가 앞다퉈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도 우리의 상황도 변했다. 남편과 나는 아이도 둘이나 생겼으니 적당한 가격대에 정착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약 공고가 뜨면 신청을 하고는 있었다. (요즘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아이가 둘인 우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는 여전히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나들이를 다녀오던 어느 휴일, 남편의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000 구역 000동 000호에 당첨되었습니다.>
또다시 청약에 당첨된 것이다. 좋기는커녕 현 시세가 큰 차이 없는 분양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청약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후회가 밀려왔다.
청약에 당첨되고 포기하면 불이익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10년 이상 재당첨 금지 등, 청약 통장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번 청약 때처럼 부적격자가 되기 위한 결격사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린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적격대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운 좋게도(?) 청약에 2번이나 당첨이 된 것이다.
우리는 다음 달이면 새 집으로 입주를 한다. 청약 당첨 이후에도 집값은 또 오르고, 분양가도 더 올랐다.(중간에 떨어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내 집 마련으로 '안정된 주거의 삶'이 시작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안정한 대출의 삶'도 시작될 수 있다. 나 역시 입주 후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큰 부담이다.
나는 부동산 상승론 자도 하락론자도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사람들의 매수 심리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기준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나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내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