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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대한 짧은 단상

긴 연휴가 반갑지 않은 'K-며느리'

by 권선생

결혼을 하고 나니 명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1년에 단 두 번 있는 연례행사지만, 왜 이렇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K-며느리'인가 보다.


이번 설은 주말이 끼어있지 않아 짧은 연휴였다. 평소 주말에도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휴일의 달콤한 늦잠도 포기하고 아이들의 아침식사 준비를 시작해, 하루 세끼를 차린다. 또한 워킹맘이라는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주말에라도 좋은 축억을 쌓기 위해 자주 나들이도 다닌다. 그렇게 주말같지 않은 주말을 지내고 나면, 막상 출근하는 월요일이 반갑게 느껴질 정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월요병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며칠 전, 정부에서 내수 진작을 이유로 명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짧았던 설명절이 주말을 포함해 6일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K-엄마'이자, 'K-며느리'로서 이 소식을 듣자마자 즐겁기는커녕, 걱정이 앞섰다.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이 나오자마자, 엄마들이 모여있는 맘카페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분분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나를 포함한 결혼을 한 주변 친구들, 그러니까 대다수의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명절 연휴가 늘어나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사실 시대가 많이 변했고 명절 문화도 점차 간소화되고 있지만, 시댁과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족 간의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명절의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며느리들에게는 여러모로 여전히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에 유명 맘카페에서도 '명절이 길어지면 집안일이 늘어나고 오히려 부담만 커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지어 일부 댓글 중에는 '가족이 함께할 시간을 늘린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시간이 대부분 시댁에서 보내는 일이라면 솔직히 기쁘지 않다.'는 솔직한 목소리도 있었다.


명절이란 원래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함께 즐기는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며느리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떠올려 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짐처럼 느껴지는 이번 설 연휴가 후다닥 지나가고, 얼른 2월이 오길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와 며느리들이 조금이나마 숨 쉴 여유를 찾길 바라며, 명절연휴가 진정 며느리들도 함께 편안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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