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소설 '시간 도둑'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변화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되돌아보다가 문득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요즘은 내 관심 분야인 에세이 책이나 글쓰기 책 등만 읽고 있는 터라 왠지 나에게 다른 자극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온라인 서점의 최근 소설 베스트셀러를 검색했고, '시간 도둑'이라는 책 제목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의 1-10위의 절반이 한강 작가 소설이었다.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한강 작가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뭔가 소설 속 세계관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아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찬찬히 읽어보려고 한다.)
책표지와 프롤로그에 적힌 문구는 더욱 강렬했다.
"누군가 당신의 시간을 매일 훔쳐 간다!"
"요즘 왜 이렇게 바쁘지? 시간이 너무 없다."
"당신의 하루는 몇 시간이지? 24시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 문구들이 나를 완벽히 자극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책을 주문했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하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책이 도착해 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책을 읽은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드디어 온 집안이 고요해지고 나는 책을 들었다. 작가의 자기소개는 시작부터 인상적이었다.
<작가 손더 / 시간 속,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사람. 글의 힘을 믿어 작가의 길을 택했습니다. 때로는 한 문장이 사람을 일으키고, 살리기도 하니까요. 당연한 것들에 대해 자주 질문을 던지고, 사소한 장면에서 빛나는 순간을 찾아냅니다. 언젠가 제 글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삶에선 모두가 주인공이거든요.>
언젠간 나도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문장이 너무도 멋있게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 내 책에 어떤 자기소개를 쓸지 고민해 봐야겠다는 당찬 다짐도 해봤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흥미로운 설정에 빠져들었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회수'하고 마지막 여정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삶의 구역을 이동하며 시간을 축적하고, 그 시간이 마지막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독창적인 시간 개념은 내가 평소에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라 그런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책 마지막 즈음 몇몇 문구들이 특히 나의 마음에 와닿았다.
"누굴 미워하는 마음은 자신에게 가장 독이 되잖소. 나 가기 전에 그 미움, 훌훌 털어버렸으면 했거든."(p.301)
"지나고 나니 돈이 많은 게 행복이 아니더라고.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돈, 그게 없으면 불행한 건 맞지만, 아주 많다고 그만큼 행동해지는 것도 아니란 말이오."(p.304)
"가족을 위해 남은 시간을 내놓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모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단 하나,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평생 모은 시간을 다 버리더라도 꼭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p.313)
"하진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꿈꾸던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못 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찮고 성에 차지 않아도 지금이게 나의 삶인 건 변함없으니, 우리는 더욱 열렬히 자신을 믿어 줘야 한다. 나를 진심으로 믿어 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p.317)
어느덧 마지막 에필로그에 다다랐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엄마가 된 후, 나의 하루는 24시간으로도 부족하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과 공부를 병행했고(나의 욕심인가 싶기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노력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만약 시간 균형자가 내 삶에 존재한다면, 나는 시간을 더 부여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지금 이 과정이 더 소중하고 행복하게 여겨지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볍게 선택한 책 한 권이, 요즘 지친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주었다. 올해는 또 어떤 책들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줄지 벌써 기대된다.
202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