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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아침을 만든다.

아이의 말 한마디가 불러온 깨달음

by 권선생


긴 연휴가 끝이 났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한다. 이번만큼은 정말 오롯이 가족과 아이들에게 집중하자고. 특히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엄마, 회사에 안 가면 어떻게 돼요?”라고 묻는 첫째 아이에게, 엄마로서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주고 싶었다.


그렇게 연휴가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자꾸만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많이 웃어주고, 많이 안아주고,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순간이 되길 바라며.


하지만 마음과 달리, 체력은 늘 한 발 느리다. 낮에는 최선을 다해 놀아주지만, 해가 지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피로가 쌓이면 작은 일에도 짜증이 올라오고,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이를 향해 날선 말이 튀어나오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한 번만 더 참을걸…’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어보지만, 이미 아이의 얼굴엔 상처가 번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연휴는 네 날 밤의 시간이 주어졌다.
첫째는 “네 번 자면 어린이집 가는 거야?” 하며 신이 났다가도, 그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갈까 봐 걱정스러웠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시간을 물었다.


“엄마, 지금 아침이에요?”
“지금은 점심이에요?”
“엄마, 해가 이렇게 되면 이제 밤이에요?”


아직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아이는 하루의 흐름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살아간다.
해가 뜨고, 지고, 어스름이 찾아오면, 지금이 어떤 시간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엄마가 함께 있는지’를 아이는 확인하는 것만 같았다.


예전 어느 날, 내가 새벽, 아침, 점심, 저녁, 밤의 순서를 알려준 적이 있다.
그 기억이 문득 떠올랐던 걸까. 아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새벽이 아침을 만드는 거야. 아침이 점심을 만들고, 점심이 저녁을 만들지.”


그 순간, 새삼 깨달았다.
나는 지금껏 시간이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도 ‘만든다’고 말한다. 마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처럼.


아이의 말 한마디가 마음 깊숙이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런 말들을 나는 잊지 않고 조용히 마음속 어딘가에 담아둔다. 언젠가 그 말들을 다시 꺼내어,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세상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하루의 일상도, 가족의 안락함도, 나의 삶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나의 태도가 결국 하루를 만든다.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게 건 핑계였을지 모른다. 내가 바라는 삶이 있다면, 그 삶을 향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부지런히 걸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루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원하는 모양으로 그려나가는 것. 그건 결국 나의 몫이다.

같은 하루라도 그 깊이와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짧고 스쳐가는 날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깊고 찬란한 하루가 된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그 마음 하나로 오늘도 나를 다듬는다. 그런 하루들이 모이고, 그런 날들이 쌓이면 언젠가 내가 꿈꾸는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이 하루도, 내가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만든 하루들이 나의 삶을 완성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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