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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달>의 에필로그

너의 3번째 생일을 축하해

by 권선생

<세 번째 달>이라는 시는 둘째 아이의 만 세 번째 생일을 맞아 쓴 시이다. 매년 이맘때문 봄이 오는듯싶다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곤 한다. 그래서인지 3월은 항상 변덕스럽고 오락가락한 계절이다. 참, 나를 닮았다 싶다. 그런 내 생일이 있는 달에 나와 꼭 닮은 둘째 아이가 세상에 왔다.


첫째도 제왕절개로 낳았기에 둘째 역시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런데 노산이라 그런지, 임신 중 전치태반 진단을 받았다. 임신 23주부터 반복되는 출혈로 두세 차례 입원했고, 언제 아이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보냈다.


정해둔 수술일보다 세상에 빨리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우리가 정해둔 날에 태어났다. 그렇게 둘째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22개월 차이 나는 첫째도 그 당시 너무 어린아이였다. 갑자기 생긴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해 퇴행도 있었고, 내가 둘째를 보살피는 모습에 속상해하며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둘째는 늘 내 등에 업혀 지냈다. 그 시절, 나는 정말 매일 눈물 속에 살았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벅찼다.'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책하고, 두 아이를 돌보며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겨우겨우 버텼다.


그렇게 버텨낸 시간 속에서도 둘째는 다행히도 무던한 기질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어주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렇게 힘들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건 둘째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두 아이 모두 기관을 다니고 있고, 나도 워킹맘으로 잘 지내고 있다. 물론 남들보다 조금 일찍 등원하고 늦게 하원하지만, 두 아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 특히 요즘은 첫째가 많이 커서 누나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제는 동생 양치를 도와준다며 내가 하던 대로 양치를 시켜주는데, 지켜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돌아보면, 아이 둘을 낳기를 정말 잘했다 싶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오빠와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서로 부모가 되어 육아와 인생의 고민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바란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나길. 서로에게 친구이자, 위로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특히 둘째는 나의 유전자가 더 힘을 내고 있는 건지, 남편보다 나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서 더 귀엽고, 더 걱정스럽고, 더 많은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늘 누나와 사랑을 나누는 둘째를 보면 짠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속도에 맞게 묵묵히 잘 자라주는 둘째가 늘 대견하고 고맙다. 가끔은 나보다 먼저 깨어 내 품에서 뒹굴며 "엄마, 내가 형아가 되면 엄마 지켜줄 거야."라고 말하는데, 그 말 한마디에 육아의 피로가 다 녹는다.


나와 같은 달에 태어난 너는, 내게 모든 감정을 선물해 준 존재야.

사랑스럽고, 고맙고, 무엇보다 나를 경력직 엄마로 성장시켜 준 너.

그런 너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시에 담았고, 지금 이 글로 다시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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