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의 힘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노래를 흥얼거린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워요. 노력할게요.
마음의 약속 꼭 지켜볼래요.
한 손만으로도 세어 볼 수 있는 다섯 글자 예쁜 말."
5월, 가정의 달이어서일까. 이렇게 따뜻하고 고운 노랫말을 배워오다니 참 기특하다.
이제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조금씩 자라고, 상황에 맞는 말도 배워온다.
가끔 내가 첫째의 미술작품(?)을 실수로 망치거나, 목욕시킬 때나 잡을 때 손 힘 조절이 잘 안돼 아프게 한 적이 있을 때면,
"엄마,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지?"하고 당차게 말한다.
그러면 나도 "맞아, 엄마가 깜빡했네. 실수였어. 미안해."하고 곧장 사과한다.
정말 이 말들은 한 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고,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말들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마음으로는 충분히 느끼지만, 막상 말로 하려면 어색하고 쑥스럽기만 하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더욱.
경상도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고맙거나 미안한 마음을 국이 말로 표현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종종 '츤데레 같다', '의외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육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기보다,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지적하는 쪽에 익숙하다.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이건 옳지 않아'라고 단정 지으며 바로잡기에 바쁘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언제나 "예쁜 말을 써야 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해."라고 말한다.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말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는데, 내 말과 행동이 서로 닿지 않는다면 아이에게도 와닿을 리 없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종종 거리고 나면, 피곤한 하루 끝에 무의식적으로 툭툭 던진 말투 속에 짜증과 화가 묻어날 때도 있다.
어느 날, 첫째가 내 말투를 따라 하며 동생에게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던 순간이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다. 아이의 말투가 거울처럼 내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어서였을까.
하지만, 요즘 아이가 자주 부르던 그 노래가 우리의 하루를 조금 변화시킨 듯하다.
잠들기 전이면 아이는 나에게 꼭 이렇게 말한다.
"엄마,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 예쁜 말을 들으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 나도 내일은 더 많이 표현해 줘야겠다.'
내가 먼저 다섯 글자 예쁜 말을 건네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짧은 말 한마디가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 어색해도 좋다.
그 다섯 글자,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되도록, 나도 노랫말을 흥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