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맘의 힐링 타임
이사 오기 전부터 아파트 커뮤니티 헬스장이 하루빨리 오픈하기만을 기다렸다.
그 핑계로 매일 밤 야식과 맥주를 곁들인 '육퇴 파티'가 열렸다. 살이 좀 올랐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헬스장이 열리면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그 순간을 즐겼다. 요즘 유행하는 '오버핏'한 패션으로 군살을 커버하고, 바지가 조금 타이트 해진듯했지만 애써 그 사실을 외면했다.
드디어 5월. 일교차가 심해 한낮에는 초여름같이 더워진 날씨와 함께 기다리던 커뮤니티 헬스장이 오픈을 했고,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들 등원에 출근 준비까지 겹쳐 아침시간은 엄두도 안 나고, 밤엔 점점 늦어지는 아이들 잠재우기에 밀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곧 여름이 다가오고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질 텐데, 그동안 못 본 척했던 살들과 마주할 생각을 하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결국 유튜브에서 인기 있다는 '홈트' 채널을 검색해 혼자 운동을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간단한 동작에도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첫째 낳고 둘째가 벌써 37개월이 되도록, 단 한 번도 땀 흘리며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정말 그동안 날 돌보지 않고 살아왔구나' 싶은 자책감에 서글픔이 몰려왔다.
하지만 출산 후 4kg쯤 늘어난 몸무게보다 더 신경 쓰인 건, 약해진 코어 근육과 벌어진 흉통, 골반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가 아프고 뼈마디가 저릿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 실감 났다.
혼자 운동을 하니 마음이 쉽게 느슨해지고 의지도 약해져, 결국 6월부터 시작된 저녁 요가반에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일에도 야근이 잦은 남편에게 '이제 나 요가 수업 갈 거야'라고 선전포고를 한 후, 드디어 이번 주부터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요가복을 다시 꺼내 입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나는 그저 시간에 맞춰 선택한 수업이었는데, 이 시간엔 '아쉬탕가 요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코어 근육을 쓰는 강도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하나하나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예전에 배웠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도 죽을 맛이었는데, 이번에도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첫날은 선생님께서 난이도 조절을 잘해주셔서 무사히 따라갈 수 있었지만, 운동 후에 온몸이 뻐근했다. 근육통으로 하루 종일 나무토막처럼 굳은 느낌. 하지만 그 50분 동안만큼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
물론 아이들과의 저녁 루틴이 여전히 분주하지만, 그 속에서 잠시라도 나를 돌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당분간은 몸이 적응하느라 힘들겠지만, 이제는 내 몸과 건강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가끔은 문득 '어쩌다 마흔이 되었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마음은 여전히 철부지 같고, 내가 애 둘 엄마라는 사실이 낯설기도 하다. 그래도 변화를 받아들이며 익숙해져 가는 요즘, 삶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드는 중이다. 발전은 늘 변화 속에 있었고, 그래서 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여긴다.
20대와 30대 시절엔 일이 전부였던 내 삶이 이제는 육아로 가득 채워졌지만, 나의 미래엔 또 어떤 것들로 가득 찰까,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결국 '건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나를 위한 50분을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