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의 공교육화

사교육 해소의 첫걸음

by 권선생

예술활동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든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 내가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운동 하나가 있다면 평생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정형편과 관계없어 모든 국민이 음악·미술·체육과 같은 예체능 활동을 전인교육의 일환으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맞벌이 가정 증가와 소득 격차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사교육이 전담하던 예체능 교육을 학교 안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맞벌이 가정의 돌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돌봄 교실과 방과 후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초등 저학년에게는 '교육'보다는 '돌봄'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부 잘 운영되는 학교를 제외하면 학부모 만족도가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국어·영어·수학보다는 클레이, 종이접기, 인라인스케이트, 축구 같은 미술·체육 활동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


맞벌이 가정이 아니더라도 이른 하교시간은 부모들에게 부담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하고,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나와 또래의 부모 세대도 학원을 당연시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무언가 배우려면 '학원부터'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심지어 줄넘기를 가르치는 학원이나, 과거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던 놀이까지 수업으로 판매하는 학원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처럼 조기 영어교육 열품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국어는 독서 논술, 수학은 창의력 수학 등 이름만 바꿔 미취학 아동 시기부터 대입 중심 과목으로 스며들고 있다.

결국, 누구에게 배우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학습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그 근본 원인이 '물리적 시간'에 있다고 본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학생 수가 많아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하던 시기가 있었다. 학력인구가 지금처럼 감소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여유 있는 교실과 인력을 활용해, 모든 아이들이 오후까지 학교에서 머물도록 학사 구조를 바꿀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오전에는 국·영·수 같은 교과 수업을, 오후에는 미술·음악·체육 등 예체능 중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방과 후 선택형이 아니라 학생 전원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예술적 감각과 신체활동을 고르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하교 시간이 영유아기 어린이집·유치원 수준으로 늦춰진다면 사교육 과열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체능 학원 업계와 일부 교사단체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들이 종종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 뒤에 자신들의 이익을 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변화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예체능 전담 교사 인력을 확충하고, 이들을 정식 교원 체계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 학급당 투담임제를 도입하면 학생의 생활지도는 더욱 세밀해지고, 교사 역시 행정 업무 과중 없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기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그리고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학교가 어떤 변화를 선택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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