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지 않아도 괜찮았던 계절

by 권선생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특별히 바쁘지도 않았고, 마음을 크게 흔드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제 차근히 그 일에 대해 조금씩 풀어봐야겠다.)

그저 그냥 글을 쓰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어보니 마지막 글이 9월에 멈춰 있었다. 마지막 글의 주제는 러닝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때서야 문득 궁금해졌다. 하루하루를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도 익숙한 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놓고 있었을까.


글을 쓰지 않는 동안에 활자를 멀리한 것은 아니다. 나는 책은 꾸준히 읽고 있었다. 평소에 잘 손이 가지 않던 소설에 푹 빠져있었다. 뒤늦게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그의 책들을 하나씩 골라 읽었다. 이야기들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 시기의 나는 따스한 온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글을 쓰지 않았는지를 다시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꾸준히 해 온 러닝이 이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부터 주 3~4일, 많으면 주 5일을 달렸다. 러닝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실내 달리기보다 야외 달리기가 주는 이점이 훨씬 많다고 얘기하지만, 날씨의 영향과 준비의 번거로움 때문에 늘 실내를 택했다. 눈을 뜨고 잠결에도 갈 수 있는 가장 부담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엔 하루 30분, 3km 정도 달렸던 나는 5개월 만에 35분에 5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기록을 세우고 싶었던 것도, 대회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꾸준하게 내 체력과 생활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달렸던 것이다. 그런데 혼자 달리다 보면 가끔 내가 생각보다 잘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들이 이상하게도 나를 기쁘게 했다.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스스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글을 쓰지 않아도 마음이 괜찮았던 이유는, 달리기가 내 마음을 대신 정리해 주고, 나의 마음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 같다.


달리는 동안 제자리였던 몸무게도 조금은 내려갔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기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몸이 단단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이든 습관이 되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렇게 러닝은 지금 내 삶의 일상이 되었고, 글쓰기가 잠시 뒤로 밀려났던 것 같다.


별다른 이유 없이 세 달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오랜만에 두서없이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았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

그 시간 동안 나는 나를 내버려 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

달리면서, 숨을 고르며, 조용히 나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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