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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an 15. 2020

학교급식 유감

영국에서는 학교급식 덕에 세계적 스타로 등극한 요리사가 있다. 제이미 올리버는 2004년 한 학교식당을 인수한 후 “잘 먹여주세요”란 구호를 내걸고 학교급식을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그가 만든 ‘제이미의 학교급식’이란 방송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 영국의 학교급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학생들이 싫어하는 야채와 생선을 좋아하게끔 요리법을 개발했다. 나아가 학교식당을 돌아다니며 잘못된 식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크푸드 대신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풍부한 식단을 권장했다. 학교급식을 바꿈으로서 학습능력이 높아짐은 물론 공격성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이는 요리사가 있다. 백종원은 음식에 대한 각종 편견에 맞서는 일에 나서고 있다. <고교급식왕>을 통해 학교급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깨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골목식당>을 통해서는 평범한 식당도 맛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맛남의 광장>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각종 편견으로 인해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농어민을 돕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백종원이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한다. 학교급식의 메뉴를 학생들의 입맛에 맞추는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데 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우리나라 급식의 역사를 보면 1981년 학교급식법이 제정된 이후, 2003년 초, 중, 고에 의무적으로 학교급식이 시행됨으로써 학교급식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과정 속에서 질보다는 양적인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권보다는 시장의 논리에 의해 아주 취약한 구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이런 급식의 발전이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식중독 예방차원에서 모든 음식을 다 가열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급식의 특징은 별로 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씹는 행위는 이와 잇몸을 단련할 뿐 아니라 씹을수록 침의 분비를 촉진시켜서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이점이 있다. 특히 유아기에서 초등학교 시기에 걸친 아이들은 두뇌가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이 씹을수록 두뇌발육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음식을 씹는 행위는 뇌의 혈류를 증대시켜 두뇌발달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모든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지금 학교급식은 식중독 예방차원에서 거의 모든 음식을 다 가열하기 때문에 씹을 필요가 별로 없는 음식이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물론 위생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더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다음으로 메뉴의 경향이 인스탄트나 양식화되어 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식성이 바뀌었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시 못 할 또 하나의 이유는 한식에 비해 조리가 간편하다는데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 학생들이 한꺼번에 먹을 음식을 조리종사원 몇 사람이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조리가 간편한 메뉴를 선호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원래 식습관은 어릴 때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잘 바뀌지 않는다. 우리 음식보다 서양음식이나 인스탄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식습관이 학교급식에서 이렇게 형성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음식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학교급식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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