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정치적 특성은 어떻게 다른가?
노동시장의 양상이 빠르게 변화고 있다. 고소득과 안정된 지위를 보장하는 번듯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더욱 더 많아졌다. 번듯한 일자리의 수는 전체 일자리 중 10%에 불과하다.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학력이라는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서울의 명문대, 치의대, 지방공대에 입학하지 않고서는 그 패스워드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이 ‘좋은 대학’이라는 패스워드가 이전보다 훨씬 불평등하게 배분된다는 점이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학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서 사회·문화적 불평등까지 결합된 복합적 불평등이 오늘날 20대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실체인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그 청년들이 화두다. 선거시기가 되면 20대 청년세대가 투표해야 세상이 좋아진다는 식의 담론이 늘 유행했었다. 그렇지만 청년이 투표해서 세상이 좋아진 적은 없었다. 이런 식의 세대 정치가 더 이상 식상해질 무렵 20대남성보수론이 나타났다. 이른바 청년정치로 포장한 세대정치의 기획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자 새롭게 등장한 담론이다. 그러나 이 20대남성 보수론은 또 다른 기획일 뿐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율은 2016년 이전에는 보수정당 지지율이 민주진보정당 지지율을 앞서고 있었다. 한국갤럽조사보고서(이하 통계는 모두 갤럽)에 의하면 2013~14년 20대 지지율은 보수가 32.3%, 민주진보는 28.2% 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9 상반기에 이르면 보수 11.3%, 민주진보 32.3%로 역전한다. 이러한 20대 남성의 보수정당지지 이탈은 2016년 4월 총선을 전후한 시기에 집중되었다.(보수 10%, 범민주 57%) 그러다가 2018년 범민주에 쏠렸던 지지율은 제3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제3당에 대한 지지율은 2018년 하반기에 8.3%였는데 2019 상반기에는 12.1%로 증가했다. 무당파 역시 40%안팎으로 늘어났다.
결국 20대 남성의 정치적 성향은 2016년 4월 총선 전후로 제3정당 혹은 무당파로 이동해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대 남성 다수는 기존 양당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이에 반해 20대여성의 정치적 선호는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보수혐오 성향이다. 2013~14년 20대여성의 보수지지는 21.3%였는데 2019년 상반기에는 3.7%를 기록했다. 민주진보 지지율은 2013~14년 34.5%에서 2019년 상반기 51%로 상승한 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대 남성뿐 아니라 20대 여성에서도 무당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무당파는 정치적 무관심층이라고 생각하지만 20대의 경우는 남성과 여성 모두 의식적으로 기득권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관건은 이 20대 무당파의 특성이다. 이들은 기득권 세대가 선호하는 소위 87체제의 유산인 기존 양당 체제를 불신하고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대의 입장에서 상위 10%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존 정당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20대가 30대가 되는 5~10년 후에도 이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 말인즉 2024년 총선 전후로 기존 정당체제에 불만을 가진 다수의 강력한 유권자 집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존 87체제는 조만간 붕괴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듯 정치 지형의 빅뱅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면에서 이번 총선은 폭풍전야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양당체제의 큰 변화는 없겠지만 그 기미가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출처 세습중산층사회 조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