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두가 기본소득 의식을 가질 때...

by 화니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047달러(3,735만6000원)로 선진국 도달 기준인 3만 달러를 넘어셨다. 그러나 아직도 최소한의 기본소득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에 이어 지난 해 11월 성북동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이처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잃거나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여파로 해고와 무급휴직,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도산 등이 늘면서 빈곤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본소득은 우리가 누려야하는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소득을 일컫는다. 기본소득은 보편성을 기본으로 한다. 모든 이에게, 개인단위로, 무조건 지급하는, 정기적인, 현금 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선별적인 것이 아니라 자격심사 없이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차별없이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본소득 개념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적 어려움을 감안하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려고 하는 재난기본소득 또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원칙적인 기본소득과는 구별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또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경우에도 일회성인데다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재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기본소득이라 불리는 까닭은 기본소득 개념에 한 발 다가서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기본 생계를 국가나 사회가 책임진다는 의미를 넘어서 개인에게 인간다운 삶의 여유를 보장해 주는 장치라는 점이다.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사람들은 생계를 위하여 억지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즐겁게 일을 하고 그 대신에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자신을 보다 향상시키거나 남을 위해 가치로운 일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보상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실재 사례를 보면 1년간 1천유로의 기본소득을 주는 독일의 ‘마인 그룬트아인콤멘’ 프로젝트의 경우 기본소득을 받고 이를 유용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기본소득으로 직업훈련이나 교육을 받고 구직을 하거나 진학을 하는 등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본소득의 실험 사례에 해당하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 기본소득은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시장경제의 기능성, 즉 노동력의 투입과 보전, 사회적 필요의 충족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미래시대에는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 사람이 하던 일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신하게 되고 산업화 시대의 주력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진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성장은 멈춘다. 따라서 사회적 필요노동에 기반한 기본소득 보장은 소비 및 구매력 창출, 경기활성화, 투자 촉진, 나아가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기본소득보장은 생태적 대안노동의 가능성을 열고, 시장경제에 대응한 대안 경제 행위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앨런 머스크가 주장했듯이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사람들은 더 복잡한 일, 더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여가를 누리게 될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더 여유를 갖고 자신이 좋아하고 더 가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청년기본소득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예상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이유로 기본소득을 실험 중이다.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는 1976년 석유수입을 근거로 기금을 설치하고 1982년부터 매년 1000~3200달러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2017~8년 2년동안 구직수당 수령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월 560유로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다. 2019년 나온 예비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기본소득 지급에도 노동요인이 감소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행복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브라질, 인도, 캐냐, 우간다 등 개발도상국까지 기본소득을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2016년 성남시가 처음으로 청년배당을 실시했고, 2019년부터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시행 중이다.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면서 소득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는 포용적 사회안전망의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나아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시장 시스템, 즉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지금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취지에서 기본소득을 실험 중에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본소득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나아가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기본소득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의식을 갖게 마련이고, 아직까지 복지 경험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우리사회는 낮은 복지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코로나19 팬더믹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비록 재난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뜻밖의 기본소득의 경험을 우리 국민 모두가 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의식이 기본소득으로까지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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