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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Oct 03. 2022

착한 건축, 도시 재생 공간

부산 F1963 방문기

부산을 방문했을 때 꼭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라면 나는 F1963을 추천하겠다. 건축적으로도 훌륭할 뿐 아니라 하루의 여행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F1963은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탄생했으며 “F”는 Factory(공장), 1963은 수영공장이 완공된 연도를 의미한다. 고려제강 창업2세인 홍영철회장은 회사의 모태가 된 와이어공장을 보존하고자 했고, 이왕이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했다.

F1963 입구, 대나무 숲과 재생콘크리트 보도로 이루어진 도보로로 걸어가면서 소소함을 느깔 수 있지만 자동차로 방문하면 이 곳을 놓칠 수 있다.


조병수 건축가가  프로젝트를 맡았고, 그의 건축적 방법론인 '드러내기', '잘라내기', '덧붙이기'라는 재생건축 개념이  반영된 착한 건축탄생시켰다.

사람들은 흔히 '재생'이라는 말을 단순히 '재활용'이라는 의미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병수의 건축에서 재생은 다시 사용한다는 가치를 넘어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창의적인 비젼이 더해졌을 , 재생건축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빌면 "새로운 비젼을 만들지 못하면 재생은 단순한 이미지만 만들  생명력이 없어진다. 또한 새것이 낡은 것을 뭉개고 올라서거나 낡은 것만 고집하여 새로운 것마져 낡은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올바른 재생건축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F1963은 그늘진 산업시설에 스며든 새로운 빛과 바람의 공간이라는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담고 있다.  F1963의 입구에 들어서면 전면이 반투명한 익스팬디드 메탈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사이로 빛과 바람이 스며들어 어두웠던 공장이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가치는 F1963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공장의 허물어진 벽이나 공장의 심장이었던 발전기 등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뿐 아니라 콘크리트 슬라브를 발판으로, 목재 트러스를 벤치로, 철재는 안내판으로 재사용해 재활의 의미를 제시한다.


옛것과 새것을 만나 어떤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오래된 것이 가진 어두운 면을 유연하게 재활용하여 긍정적인 분위기와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조병수 건축가의 건축철학이 여기 F1963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흔적 위에서 잔잔한 여유를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즐기거나, 전시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 새로운 빛과 바람을 머금은 복합문화공간 F1963은 창업주의 바램대로 자신의 모습을 간직한 채 부산의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고려제강 뮤지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사전예약해야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야외정원
F1963 내부에서 본 건물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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