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를 가르며 숙소에서 멀지 않은 리엔호아(Lien Hoa) 베이커리로 향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활기가 넘치는 입구에서 나는 익숙하게 '에그 오믈렛 반미'를 주문했다. 고수를 빼달라는 짧은 요청 끝에 손에 쥔 반미는 단돈 15,000동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이 집 반미는 확실히 다르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화려한 기교 없이 폭신한 계란과 바삭한 바게트만으로 완성된 담백한 맛은, 어쩌면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이 곳 사람들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숙소에서 나만의 '달랏식' 식탁을 차렸다. 어제 '고달랏' 마트에서 사 온 고기와 버섯,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찌개를 끓이니 금새 구수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찬다.
여기에 리엔호아에서 사 온 김밥과 김치, 그리고 페어리테일 랜드(Fairytale Land)에서 가져온 와인을 곁들였다. 놀랍게도 리엔호아의 김치는 한국에서 가져온 비비고보다 내 입맛에 더 잘 맞았다. 특히 망고와 오이를 소금에 살짝 무친 야채 샐러드가 와인과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오후에는 "한국보다 맛있다"는 평에 이끌려 가을설렁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국의 소울푸드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마주한 뽀얀 국물은 한국의 맛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함께 나온 깍두기와 겉절이에서 한국과는 다른 현지 식재료 특유의 미묘한 결이 느껴지긴 했지만, 외국에서 이만큼 정성스럽게 고향의 맛을 재현해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그 온기에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VP Bank ATM에서 500만 동을 찾아 지갑을 든든히 채웠다. 그리고 선물용으로 아티초크 차와 딸기 젤리를 샀다. 100개들이 티백(10만 동)과 50개들이(6만 동)를 챙기며 가방 무게를 걱정하긴 했지만, 소중한 이들에게 전할 생각에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3만 동에 산 양말 한 켤레가 너무 부드러워 아이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하루의 끝, 나는 야시장이 내려다보이는 노천 카페에 앉아 달콤한 망고 버블티를 마시며 깊어가는 달랏의 밤을 응시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12일이라는 시간이 선물한 평온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