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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ul 07. 2019

교육주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혁신학교의 성과와 과제

혁신학교를 둘러싼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혁신학교가 기존 학교와는 확실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교육주체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고 교육주체들과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교육주체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자율학교인 혁신학교의 다양한 교육과정과 활발한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도 나오지만 그동안 소외되었던 학교 구성원들의 주체성, 다시 말해 그들의 자주성과 자발성이 민주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혁신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치적 활동이 남다르게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학생 다모임을 통한 생활 규칙이나 약속 만들기, 자율 동아리 활동, 학생 의회, 학생 자치 법정, 짝 학년 운영, 무학년 야영, 소규모 테마 여행  등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반영되는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학교 참여 활동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학교의 필요에 의해 동원되는 관계로서가 아니라 학부모 대의원회, 학부모 동아리 활동, 학부모 아카데미, 학교 만남의 날, 아버지회 등의 활동 등을 통하여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학교 운영의 동반자로서 참여하는 경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혁신학교는 그동안의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문화를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학교문화 만들어 가기 위해 대부분의 경우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는 전체 교직원회의나 교무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적 회의 문화는 교사들의 자발성과 협력성을 강화하여 학교 운영에 대한 참여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학교 거버넌스의 혁신이 학교혁신의 출발점이자 기본 아이디어와 맞닿아있다. 이런 관점에서 혁신학교는 이제 자연스럽게 학교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 거버넌스를 뒷받침하는 혁신학교의 제도적 기반과 문화는 아직까지도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학교운영위원회를 예로 들어보자. 혁신학교가 자율학교라는 제도적 장치 아래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장을 선출한다고 할 때 학교운영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선정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지적하듯이 학교운영위가 형식적으로 구성·운영되는 상황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부분의 학교가 운영위원 지원자가 없어 학교장의 위촉에 의해 구성되는 상황에서 혁신학교의 신청과 교장공모제 과정은 운영위원회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교장의 뜻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교장의 뜻에 의해 혁신학교가 신청되었다 하더라도 이후 교장 주도로 혁신학교가 운영되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지속 가능한 발전도 보장되기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학교운영위를 바로 세우는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의 지속성 여부는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거버넌스의 구축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지금까지 많은 혁신학교에서의 성과는 대부분이 교사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다 되었다고 본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관계가 얼마나 구축되었는지를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혁신학교의 과제 중 하나가 지역사회와의 협력이다.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니라 지역사회학교를 지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뿐이지 실천적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대도시 거대학교가 대부분인 서울의 경우 이 부분이 매우 소홀하다. 물론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활동 사례가 있긴 하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슬로건 아래 25개 자치구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혁신지구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을 통하여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학교를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관주도이며 지역의 교육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발전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 것이다.


지역과 학교의 협력적 관계로의 성장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더라도 말처럼 쉽게 사례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지역자치와 교육자치가 구분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학교가 샌드위치가 될 가능성도 발생한다. 특히 단위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학교와 지역의 협력을 이루어내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교육을 매개로 마을공동체가 구성되는 특수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교원들의 잦은 이동과 자녀가 졸업을 하면 학부모 관계가 단절되는 사정 때문에 학교와의 협력관계는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교육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전략의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문제를 매개로 지역주민과 학부모가 교육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지속적인 교육협력을 하자는 취지인데 아직은 논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혁신학교는 사실 기존의 학교혁신 노력과 진보 교육감의 혁신학교 추진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폭발적 힘을 갖게 되었지만 그만큼 한계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학력 논쟁에서 보듯 아직까지 기존 학력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점이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혁신학교의 지속성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성장이 우리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려면 지금까지의 교육개혁과 다르게 바라보아야 하고 지역사회는 이를 지속시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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